솔직히 저는 세금 문제를 꽤 오랫동안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유 수량이 조금씩 늘고 가격이 오를 때마다, 수익보다 세금 계산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이 좀 낯설었습니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폐지론과 강행론이 동시에 나오는 지금, 이게 진짜 어떻게 흘러갈지 정리해 봤습니다.

폐지냐, 강행이냐 — 엇갈리는 두 목소리
지금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분위기는 한마디로 '안갯속'입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조항 자체를 아예 삭제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논리는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대한민국 주식은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실상 과세가 없는데, 왜 디지털 자산만 따로 과세하느냐는 겁니다. 조세 형평성, 즉 동일한 경제적 행위에 동일한 세금 부담을 지운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죠.
저도 이 논리가 꽤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이 걸렸는데, 주식도 10억 원 이상 거래하는 대주주에게는 과세가 됩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면제보다는 가상자산도 일정 규모 이상 거래자에게만 과세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절충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무조건 걷지 말자보다는, 대주주 요건처럼 합리적인 기준을 먼저 만들자는 방향이 더 오래 살아남을 논리로 보입니다.
반면 국세청은 실제로 과세 준비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3월 조달청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정보 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예산은 약 30억 원입니다. 100조 원을 넘는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고, 업체 선정도 아직 안 된 상태에서 2027년 1월 시행이라는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그리고 국회예산처는 스테이킹, 디파이, 채굴 같은 유형의 수익에 대한 과세 방식을 연구하는 4개월짜리 용역을 이미 발주했습니다. 결과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나올 예정인데, 이 시점이 매년 7월 말에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 일정과 딱 맞물립니다.
조세 형평성 문제 — 진짜 불공평한 건 무엇인가
기본 공제액(Basic Deduction)이 250만 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봤을 때 제 반응은 "이게 맞아?" 였습니다. 이 금액은 1993년쯤에 60만 원에서 올라온 수치입니다. 30년 가까이 물가 상승률이 단 한 번도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처음 도입 논의될 때 기본 공제는 5,000만 원이었는데, 가상자산에는 왜 250만 원이냐는 질문은 꽤 정당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캐피털 게인즈(Capital Gains Tax), 즉 자본이득세라고 불리는 세금 체계에서는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동일하게 과세하고,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도 달라집니다. 1년 미만 보유하면 일반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1년 이상 보유하면 0~20% 사이의 낮은 세율을 적용합니다. 장기 보유 인센티브가 세법 안에 내장돼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장기 보유해도 세금 감면이 없습니다. 자본 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 장기 투자자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하나, 이월 결손금(Loss Carryforward)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굴로 코인을 취득한 시점에 100만 원짜리였는데, 막상 팔 때 10만 원이 됐다면 어떻게 될까요. 취득 시점을 과세 기준으로 삼으면 100만 원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실제로 손에 쥔 건 10만 원짜리입니다. 지금 한국의 해외 주식 과세처럼, 당해 연도 손실이 다음 연도로 넘어가지 않는 구조라면 이런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스테이킹(Staking)이란 코인을 네트워크에 맡기고 이자처럼 보상을 받는 방식이고,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란 금융 중개기관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이루어지는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뜻하는데, 이 두 가지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은 아직 어느 나라도 완벽히 정립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본 공제액 250만 원은 30년째 물가 반영이 안 된 수치로, 현실화 필요성이 높습니다.
장기 보유 감면 제도가 없어 단타와 장기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있습니다.
스테이킹, 에어드롭, 디파이 수익에 대한 과세 시점과 기준이 아직 불명확합니다.
이월 결손금 제도가 없어 특정 해에 손실이 발생해도 다음 연도로 공제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해외 거래소(바이낸스 등) 이용자는 해외 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번째 항목은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는 매년 6월, 전월 말일 기준으로 잔액 합산 5억 원 이상이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나 이만큼 갖고 있다"는 보고 개념인데, 2023년부터 가상자산이 신고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 제도를 모르고 계신 분들이 아직도 많다는 게 현실입니다.
해외 이주와 세금 도피 — 국가적 손실인가, 합리적 선택인가
가상자산으로 80억 원 정도를 번 분이 "두바이 가서 하겠다"고 말씀하신 사례를 들었을 때, 솔직히 저는 처음에 '그 정도면 당연히 그렇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이런 생각이 뒤따랐습니다. 두바이로 가는 게 아니라, 한국 세법이 두바이로 가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고요.
한국 세법은 국적이 아닌 거주자 여부로 과세 대상을 판단합니다. 비거주자(Non-Resident)란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고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두바이는 최근 프리존(Free Zone) 법인에 한해 9% 법인세가 처음 생겼지만, 개인 소득세와 양도세는 사실상 없습니다. 10년 거주권을 주는 골든 비자(Golden Visa)를 약 9억 5천만 원에 취득할 수 있어, 고수익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게 무조건 합법적인 절세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국제 조세 조약상 단순히 183일을 채우러 왔다가 가는 방식은 회색 지대(Gray Zone)에 해당하며, 실질적인 경제 활동의 근거지가 어디냐를 기준으로 과세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부동산 등 고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비거주자 인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OECD가 도입 중인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즉 가상자산 과세 정보 자동 교환 체계는 회원국 국세청끼리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업비트나 빗썸에 해외 이용자가 거의 없어 정보를 내줄 게 별로 없는 반면,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많습니다. 구조적으로 한국이 손해 볼 게 없는 셈이라 조기 도입 압박이 상당합니다. 국세청이 가상자산 담당 인력을 5명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30억 원짜리 시스템 구축을 이제 막 시작했다는 사실, 압류한 코인의 니모닉 코드(Mnemonic Code, 가상 지갑 복구를 위한 12~24개의 단어 조합)가 노출돼 실제로 탈취된 사건을 보면, 제도 도입 의지와 실무 역량 사이의 거리가 아직 꽤 멀다는 인상입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2027년 1월 CARF 도입은 하되, 실제 과세 적용은 1년 유예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7년째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스테이킹이나 디파이 같은 신유형 수익에 대해서도 제도 정립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