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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가로수길 진출, 일본 지분, 균일가 전략)

themorethebetter 2026. 9. 25. 10:22

목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로수길에 다이소가 220평짜리 매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앞에 서보니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명품 편집숍이 즐비하던 자리에 빨간 다이소 간판이 들어서 있고, 매장 안은 외국인 관광객과 20대로 가득했습니다. 이게 상권이 바뀐 건지, 우리 지갑이 바뀐 건지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다이소 (가로수길 진출, 일본 지분, 균일가 전략)
    다이소 (가로수길 진출, 일본 지분, 균일가 전략)

     

    가로수길 진출과 일본 지분 정리

    다이소가 가로수길과 청담 도산공원에 대형 매장을 연달아 낸 건 2024년의 일입니다. 신사 가로수길점은 220평, 청담 도산공원점은 360평 규모입니다. 강남 3구 내 다이소 매장은 현재 49개로, 전년 같은 시기 21개에서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직접 가서 봤는데, 그 규모가 주변 일반 상가와 비교해도 압도적이었습니다.

    회사 측이 밝힌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해외 카드 결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었다는 겁니다. K뷰티와 K푸드가 관광객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으면서, 그 수요가 가장 몰리는 강남구가 신규 출점 후보지가 됐다는 논리입니다. 실제 저도 매장 안에서 일본어, 영어, 중국어가 동시에 들리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여전히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사실 그 오해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아성다이소의 기원은 1988년 창업자 박정부 회장이 세운 한일맨파워(현 아성HMP)입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매장을 운영한 게 아니라, 국내 협력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 균일가 상점에 납품하는 소싱(sourcing) 전문 회사였습니다. 여기서 소싱이란 판매할 상품을 적정 가격에 맞춰 공급처를 발굴하고 조달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즉, 다이소는 매장이 아니라 물건을 싸고 쓸 만하게 구해오는 능력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국내 최초의 균일가(均一價) 생활용품 매장 '아스코이븐플라자'를 열었고, 2001년에는 일본의 다이소산업과 합작법인을 구성하며 사명이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매장 이름이 '다이소'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균일가란 상품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제품을 동일한 가격대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합작 구조가 "다이소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의 씨앗이 됐습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에도 다이소는 표적이 됐습니다. 회사는 일본 다이소산업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투자자라고 해명했지만, 2022년 일본 측이 사내이사직 두 자리를 요구하면서 그 해명의 근거가 흔들렸습니다. 결국 아성HMP는 2023년 약 5,000억 원을 들여 일본 측 지분 34% 전량을 매입하고 일본인 임원도 사임시켰습니다. 22년에 걸친 합작 관계가 완전히 정리된 겁니다.

    그럼에도 혼동이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 다이소산업은 현재 일본 내에서만 약 4,700개, 한국을 제외한 해외 24개국에서 약 1,1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 '다이소' 간판을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름만 비슷할 뿐 현재는 완전히 별개의 법인입니다. 참고로 일본 다이소산업이 2021년 국내에서 '다이소' 상표를 출원했지만, 특허청은 아성다이소 상표와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 1988년: 한일맨파워(현 아성HMP) 창업, 해외 균일가 매장 소싱 사업 시작
    • 1997년: 서울 천호동에 국내 최초 균일가 매장 '아스코이븐플라자' 개점
    • 2001년: 일본 다이소산업 34% 지분 투자, 합작법인 '다이소아성산업' 출범
    • 2023년: 아성HMP가 일본 측 지분 전량 약 5,000억 원에 매입, 완전 한국 기업화
    • 2024년: 강남 3구 매장 49개, 연매출 4조 5,363억 원, 영업이익 4,424억 원 달성
    요약: 다이소는 소싱 전문 회사에서 출발한 한국 기업으로, 2023년 일본 측 지분을 전량 매입해 완전한 국내 기업이 됐으며, 지금의 강남 진출은 K뷰티 수요에 올라탄 전략적 선택이다.

     

    균일가 전략의 비밀, 그리고 성장의 이면

    다이소의 가격표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딱 여섯 단계입니다. 20년 넘게 이 구조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좀 신기한 부분입니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대부분의 기업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택합니다. 여기서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은 유지하면서 제품의 양이나 크기를 몰래 줄이는 관행을 뜻합니다. 다이소는 반대로 갔습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그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새로운 공장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이 방식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직결됩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는 원리인데, 전국 1,600개 이상의 매장에 같은 물량을 동시에 납품하니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대량 주문을 맞추기 위해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기흥, 용인 남사, 부산에 이어 세종과 양주에도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있는 것도 이 맥락입니다. 물류비용을 낮춰야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균일가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연구 대상이 될 만하다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부분은 납득이 됩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유통업 거래 구조 보고서에서도 이 방식은 별도 분석 사례로 다뤄진 바 있습니다).

    실적도 이 전략을 뒷받침합니다. 2023년 매출 4조 5,363억 원에 영업이익 4,424억 원, 순이익 3,580억 원을 기록했고 이익잉여금은 1조 3,100억 원에 달합니다. 증시 상장 계획이 없다는 회사 입장이 이해되는 숫자입니다. 상장의 가장 큰 목적이 자금 조달인데, 매장을 내고 물류센터를 짓는 비용을 스스로 충당하는 회사가 굳이 주식을 팔 이유가 없습니다. 박정부 회장과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주식회사 아성을 정점으로, 아성HMP를 거쳐 아성다이소로 내려오는 가족 경영 체제인 만큼 배당도 이 구조 안에서 순환됩니다.

    예상 밖의 성장 카테고리도 나왔습니다. 3,000~5,000원짜리 기초 화장품이 터지면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형 화장품사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강남 관광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매대가 됐고, 같은 공식이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이어졌습니다. 5,000원 이하 비타민과 영양제 카테고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14% 성장했습니다. 제가 직접 다이소몰(출처: 다이소몰)에서 비타민을 구매해봤는데, 솔직히 가격 대비 구성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성공에 불편한 이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가격을 20년 넘게 묶어두려면 누군가가 그 비용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 부담이 납품 업체로 전가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옵니다. 화장품, 건강식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면서 기존 중소 제조사나 약국과 충돌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습니다. 다이소의 성공 공식이 소비자에게 이로운 건 분명하지만, 그 혜택이 공급망 전체에 균등하게 돌아가는지는 다른 부분입니다.

    요약: 다이소의 균일가 전략은 규모의 경제와 소싱 능력이 결합된 구조로, 화장품·건강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납품업체 비용 전가 문제는 짚어볼 부분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이소는 일본 회사인가요?

    A. 현재는 완전한 한국 기업입니다. 2001년부터 일본 다이소산업이 34%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었으나, 2023년 아성HMP가 해당 지분 전량을 약 5,000억 원에 매입하며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일본 내에 같은 이름의 매장이 많아 혼동이 생기지만, 두 회사는 현재 아무런 자본·경영 관계가 없습니다.

     

    Q. 다이소가 왜 강남에 대형 매장을 내는 건가요?

    A. 회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핵심 이유로 꼽습니다. 2024년 1~7월 해외 카드 결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었고, K뷰티 화장품을 사러 오는 관광객이 강남구에 집중됩니다. 실제로 가로수길점과 도산공원점 모두 화장품 매대가 매장 전면에 배치돼 있습니다.

     

    Q. 다이소는 왜 주식 상장을 안 하나요?

    A. 상장의 가장 큰 목적이 자금 조달인데, 다이소는 그게 필요 없습니다. 2023년 순이익만 3,580억 원이고 이익잉여금이 1조 3,100억 원에 달해 신규 매장과 물류센터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박정부 회장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사기업 구조로, 배당도 외부 주주 없이 가족 내에서 순환됩니다.

     

    Q. 다이소 가격이 20년 넘게 안 오른 비결이 뭔가요?

    A. 핵심은 소싱(sourcing) 방식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을 올리는 대신, 기존 가격에 납품 가능한 새 공장을 찾아내는 구조입니다. 전국 1,600개 이상의 매장이 만들어내는 대규모 발주량이 협력업체에 강한 협상력을 제공하고, 자체 물류센터 네트워크로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가격 유지의 핵심 축입니다.

     

    결론

    가로수길 다이소 앞에 서면서 제가 든 생각은 이겁니다. 이건 단순히 다이소가 잘 됐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균일가라는 전략이 고물가 시대에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그 무기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다이소의 성장에 긍정적인 분들도 많고, 납품업체 문제나 기존 업종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소비자로서 5,000원짜리 비타민이 반갑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그 가격이 어떤 구조 위에서 가능한 건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이소가 다음 매대에 어떤 카테고리를 채우는지 지켜보면, 지금 우리의 소비 지형이 어디로 흐르는지 조금은 보일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M0B6sjF3e-g?si=FaEINgcDkVIBJQ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