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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영화관이 진짜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코로나 때 극장가가 텅 비던 걸 직접 봤고, 그 뒤로도 "굳이 나가서 볼 필요가 있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2025년 여름, 북미 영화 티켓 매출이 약 47억 6천만 달러로 역대 여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3년 만의 일입니다. 숫자를 보고 나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별관 전략
제가 처음 아이맥스(IMAX)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냥 "화면 좀 큰 거 아냐?" 했습니다. 직접 앉아보고 나서야 달랐습니다. 여기서 아이맥스란 일반 상영관보다 훨씬 큰 스크린과 전용 음향 시스템을 갖춘 고품질 상영 포맷을 말합니다. 뉴욕 AMC 링컨 스퀘어의 경우 스크린 가로가 약 31m, 높이가 23m로 건물 7~8층 높이에 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는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여기서 70mm 필름 포맷이란, 디지털 파일이 아닌 실제 필름 위에 영상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필름 면적이 넓을수록 거대한 화면으로 확대해도 디테일이 살아남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상영하는 곳은 런던, 멜버른 등 전 세계 수십 곳뿐인데, 한국에는 아직 없습니다. 제가 이걸 알고 나서 솔직히 좀 억울했습니다.
그 희소성이 수요를 만들었습니다. 일부 아이맥스 70mm 필름 상영표는 개봉 1년 전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매진이 났고 멜버른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1,800장이 팔렸습니다. 2차 시장에서 표 한 장이 1,000달러를 넘는 호가까지 붙었으니,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 희귀한 경험을 사는 행위가 된 겁니다. AMC는 이 구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오디세이는 전 세계 아이맥스 상영 수입만 4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 아이맥스(IMAX): 대형 스크린 + 전용 음향, 디지털/필름 두 방식 운영
- 돌비 시네마(Dolby Cinema): 돌비 애트모스 음향과 HDR 영상이 결합된 프리미엄 포맷
- 시네마크 XD: 자체 대형 스크린과 강화 음향을 갖춘 중저가 특별관 포맷
- 70mm 필름 상영: 디지털이 아닌 실물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 재생하는 방식, 전 세계 수십 곳만 보유
수익 다각화
제 경험상 영화관이 팝콘이랑 음료로 돈 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 방식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AMC는 구독 모델인 A리스트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A리스트란 월정액을 내면 주당 최대 네 편까지 볼 수 있는 구독형 상품으로, 넷플릭스처럼 영화관도 매달 고정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극장이 스트리밍의 무기를 역으로 빌려온 셈입니다.
평일 좌석 채우기는 늘 숙제입니다. AMC는 회원 대상으로 화요일·수요일에 기준 티켓 가격의 절반을 할인해줍니다. 저는 이 할인 구조가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빈 좌석은 0원이지만 반값이라도 채우면 팝콘 매출까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알라모 드래프트 하우스(Alamo Drafthouse)라는 체인은 아예 식사를 결합했습니다.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상영 중에도 좌석으로 가져다줍니다. 제가 이 방식을 처음 들었을 때 "스크린 보면서 밥을 먹는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외출 한 번으로 영화와 저녁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꽤 설득력 있는 제안입니다.
광고 수익 구조도 달라졌습니다. AMC는 2025년 7월부터 표시된 상영 시작 시간 이후에도 상업 광고를 최대 5분 추가로 편성합니다. 특히 예고편 바로 직전 자리를 '플래티넘 스팟(Platinum Spot)'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간대는 관객이 자리에 거의 다 앉은 뒤라 광고 노출 효율이 가장 높습니다. 처음엔 관객 반발을 우려했지만, 리갈과 시네마크가 먼저 시행했을 때 관객 이탈이 없었다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따라갔다고 합니다. 극장이 본편 전 25~30분을 비용이 아닌 수익으로 만든 겁니다.
흥행 집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출 신기록이라길래 "완전히 회복됐구나" 했는데, 데이터를 뜯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2025년 1월~7월 미국 영화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로는 여전히 약 27% 적은 수준으로 추산됩니다(출처: 미국극장협회(NATO)). 매출이 오른 건 관객이 많아서가 아니라 1인당 지출 단가가 올라서입니다. 특별관 티켓 가격이 올랐고, 그 프리미엄을 기꺼이 내는 관객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편중입니다. 2025년 8월 북미 매출의 약 73%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 단 두 편에서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위험합니다. 극장의 임대료와 인건비는 대작이 걸리든 걸리지 않든 매달 똑같이 나갑니다. 대작이 스크린에서 내려간 뒤 남은 빈자리를 채울 영화가 없으면, 기록적인 여름이 기억적인 가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맥락을 보면 이번 반등에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촬영이 막혔고, 2023년엔 할리우드 작가·배우 파업으로 제작 자체가 멈췄습니다. 제작이 멈추면 1~2년 뒤 극장에 걸릴 영화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올해는 그 역파가 줄어들면서 토이 스토리 5, 스파이더맨, 오디세이 같은 대형 시리즈가 연달아 개봉했고,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배급사 네온을 통해 미국 1,500개 극장에서 개봉하며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 최대 규모라는 기록도 썼습니다. 공급이 풀리니 매출도 따라 올라온 겁니다.
AMC 엠파이어 25 앞에 서서 이 건물의 이력을 알게 된 것도 제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1912년 공연장이었던 이 건물은 1998년 특수 레일 위에 올려져 42번가를 따라 51m를 이동했고, 2000년에는 현대식 멀티플렉스의 입구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 자체가 극장이 살아남는 방식 — 형태는 바꾸되, 자리는 지킨다 — 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맥스 70mm 필름 상영이 디지털 아이맥스랑 실제로 차이가 있나요?
A. 체감 차이가 있습니다. 70mm 필름은 디지털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영상을 기록하기 때문에, 거대한 스크린으로 확대해도 인물 표정이나 배경 디테일이 뭉개지지 않습니다. 디지털은 파일로 전송·재생되지만 필름은 실물 릴을 영사기에 걸어 돌리기 때문에 색감과 질감에서 고유한 느낌이 납니다. 오디세이처럼 필름 카메라로 처음부터 찍은 영화일수록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Q. AMC A리스트 구독권, 실제로 이득인가요?
A. 한 달에 영화를 네 편 이상 볼 계획이 있다면 이득입니다. 월정액을 내면 주당 최대 네 편까지 볼 수 있는데, 미국 일반 티켓 가격이 편당 15~20달러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두 편만 봐도 본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자주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으니 본인의 관람 빈도를 먼저 따져보는 게 맞습니다.
Q. 나홍진 감독 호프, 미국에서 흥행했나요?
A. 개봉 규모 자체가 의미 있는 기록입니다. 배급사 네온을 통해 9월 9일 미국 1,500개 극장에 동시 개봉했는데, 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로는 미국 최대 규모입니다. 한국 감독의 영화가 이 정도 스크린 수를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북미 시장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Q. 영화 시작 전 광고가 30분이나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AMC 공식 안내 기준으로 예고편 포함 사전 영상이 25~30분입니다. 7시 표를 사도 본편은 7시 반 전후에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2025년 7월부터는 표시된 시작 시간 이후에도 상업 광고를 최대 5분 추가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예고편은 다음 영화표를 팔고, 광고는 광고 수익을 만드는 구조로 극장 입장에서는 본편 전 시간도 수익 창출 구간입니다.
결론
영화관이 끝났다는 말, 저도 한때 믿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고 현장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극장은 죽지 않았고, 다만 변했습니다. 아이맥스와 돌비 같은 프리미엄 포맷으로 "집에서 절대 못 하는 경험"을 만들고, 구독권과 광고와 식사 결합으로 수익 구조를 다양하게 넓히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엔 아직 한 가지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매출의 73%를 두 편이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대작이 내려가도 극장을 채울 중간급 영화들이 꾸준히 걸려야 진짜 회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여름 기록이 반짝 성과인지 진짜 전환점인지는, 앞으로 비수기 시즌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보여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