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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페이 (SWIFT 제재, 탈달러, 한국 안보)

themorethebetter 2026. 7. 17. 00:39

목차


    솔직히 저는 해외 송금을 처음 해봤을 때 통장에 적힌 알파벳 조합이 뭔지 몰랐습니다. SWIFT 코드라는 것이 그냥 은행 번호겠거니 했는데, 그것이 미국이 전 세계 경제를 통제하는 핵심 무기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무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브릭스 페이 이야기입니다.

     

    브릭스 페이 (SWIFT 제재, 탈달러, 한국 안보)
    브릭스 페이 (SWIFT 제재, 탈달러, 한국 안보)

     

    SWIFT가 경제 무기가 된 배경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았습니다. 그 이후 WTO(세계무역기구, 1995년 출범), IMF 같은 기구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사실상 미국 주도의 단일 질서로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그 질서의 심장에 달러가 있었고, 달러를 움직이는 혈관이 바로 SWIFT였습니다.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란 전 세계 은행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메시지 전달 시스템입니다. 직접 현금을 나르는 게 아니라, "A 은행에서 B 은행으로 100만 달러를 보냈다"는 확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 은행들의 공용 단체 채팅방 같은 역할입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과 유럽은 무역 제재를 넘어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SWIFT망에서 강제 퇴출시켰습니다. 단톡방에서 강퇴당한 것처럼, 러시아 은행들은 해외로 돈을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게 됐습니다. 석유를 팔아도 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거래를 못 하는 정도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나라 전체의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전개가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석유를 팔고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를 받는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서방의 금융 제재가 '치명타'가 되려면 전 세계가 동참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했는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입니다.

    • SWIFT 퇴출 = 해외 송금·수취 전면 차단, 자국 보유 해외 자산도 동결
    • 러시아 사례: 초기 타격은 컸지만 중국·인도를 통한 우회로로 생존
    • 결과적으로 '금융 제재 내성'의 실전 베타 테스트가 됨
    요약: SWIFT는 미국이 달러 결제망을 통제해 비우호 국가에 경제적 사형을 선고하는 무기였지만, 러시아 사례가 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브릭스 페이의 핵심 — 탈달러가 아닌 제재 무력화

    많은 분들이 브릭스 페이를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축통화 프로젝트로 이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포인트는 다릅니다. 달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SWIFT를 우회하는 결제망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브릭스 단일 통화 창설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럽연합도 유로화 통합에 10년 이상이 걸렸고, 브릭스 국가들은 국경 분쟁을 벌이는 중국·인도처럼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합니다. 브릭스 지도부 스스로도 단기적으로 단일 통화 창설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출처: 2024 브릭스 카잔 선언).

    대신 브릭스가 선택한 방식은 DCMS(탈중앙화 국경 간 메시지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DCMS란 중앙 통제 기구 없이 각국의 기존 디지털 결제망을 블록체인 기술로 서로 연결하는 분산형 구조를 의미합니다. 각국이 이미 운영 중인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서 호환만 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CIPS(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인도의 UPI(통합결제인터페이스), 브라질의 Pix, 러시아의 SPFS가 각각 존재합니다. 브릭스 페이는 이 시스템들을 암호화 기술로 연결해 인도 수입자가 루피로 결제하면 중국 수출자에게 위안화로 자동 도착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 달러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러가 약해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미국이 금융 제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상대방이 그냥 다른 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되는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IMF, Geoeconomic Fragmentation 보고서(2023)에서도 글로벌 결제망 분절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요약: 브릭스 페이의 본질은 달러 대체가 아니라 SWIFT 우회로, 금융 제재 자체를 무력화하는 분산형 결제망 구축입니다.

     

    대만 위기와 한국의 선택 — 안보와 금융이 엮이는 시대

    브릭스 페이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계산법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흡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그랬다가 SWIFT에서 쫓겨나면 에너지도, 식량도 수입 못 한다"는 경제적 공포였습니다. 중국은 에너지와 식량 모두 대규모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브릭스 페이가 가동되면 이 억지력이 사라집니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브라질에서 대두를, 중동에서 원유를 달러 없이 직접 결제로 조달할 수 있다면, SWIFT 퇴출이 더 이상 '경제적 사형 선고'가 아니게 됩니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 구조적 변화가 제가 이 문제를 단순한 금융 이슈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시나리오가 불편합니다.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은 지금까지 SWIFT 중심의 서방 금융 질서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세계 금융망이 'SWIFT 진영'과 '브릭스 페이 진영'으로 나뉜다면, 한국은 어느 결제 시스템을 쓸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습니다. 그 선택이 단순히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외교 노선을 선언하는 행위가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동맹이니 SWIFT 진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쪽과,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만큼 브릭스 페이와의 연결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양자택일을 피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 흐름을 모르고 있으면 나중에 선택지 자체가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요약: 브릭스 페이 성공 시 중국에 대한 금융 억지력이 약해져 대만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국은 금융 시스템 선택이 곧 외교 선언이 되는 시대를 맞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브릭스 페이가 실제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달러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88%가 달러를 경유하고,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도 달러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다만 브릭스 페이의 목표는 달러 대체가 아니라 SWIFT 우회이기 때문에, 달러 패권과는 별개로 금융 제재의 실효성을 낮추는 효과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Q. 브릭스 페이가 언제쯤 실제로 사용 가능해질까요?

    A. 현재 브릭스 페이는 개념 설계 및 초기 파일럿 단계에 있습니다. 각국 결제망의 기술 표준이 다르고 정치적 이해관계도 복잡해 전면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광역 운영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개발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 한국이 브릭스 페이를 쓰면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나요?

    A. 단순히 결제 기술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동맹 관계를 훼손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브릭스 페이가 미국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구조로 설계된 만큼, 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거나 브릭스 금융 협력에 참여하는 행위는 미국 입장에서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외교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SWIFT 제재가 효과 없다면 미국은 어떤 카드를 쓸 수 있나요?

    A. 이 부분이 미국이 직면한 '제재의 역설'입니다. 금융 제재를 남발할수록 브릭스 페이 같은 대안의 수요가 늘고, 그렇다고 제재를 안 하면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립니다. 금융 제재 외에도 기술 수출 통제, 반도체 공급망 압박 같은 도구가 있지만, SWIFT만큼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론

    브릭스 페이는 달러가 흔들린다는 상징적 의미보다, 미국이 지금껏 써온 가장 강력한 비군사적 억지 수단인 금융 제재의 이빨을 뽑는 시도라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달러 패권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겠지만, 제재를 피하는 우회로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국제 질서의 구조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게 이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제 시스템 선택이 외교 선택이 되는 시대가 오기 전에,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둬야 합니다. 저는 지금 당장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르고 있다가 선택지가 사라지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youtu.be/XEuB9IdEafM?si=xXmi3KhETOUZeiZ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