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강남 땅을 끝까지 쥐고 있었던 사람만 진짜 부자가 됐습니다. 지금 비트코인을 두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드 쪼가리'라고 무시했다가 강남 땅을 또 한 번 놓치는 건 아닐까요?

강남 땅을 놓쳤던 이유,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70년대 강남이 개발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땅에 별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당시까지 땅이란 농사를 지어 소출을 얻는 2차원적 공간이었으니까요. 100평짜리 땅에 수십억 원이 붙을 거라고는 도무지 상상이 안 됐던 겁니다. 엘리베이터와 철근 콘크리트가 그 허공을 수십 층의 부가가치로 채울 거라는 걸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처음에는 실체도 없는 디지털 파일에 돈을 넣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됐습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튤립 광풍'이라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던 반응들, 저도 그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니까요.
여기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란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그 서비스나 시스템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현상입니다. 전화기가 처음 나왔을 때 한 대만 있으면 쓸모가 없지만, 전 세계 수십억 대가 연결되면 완전히 다른 가치를 가지는 것과 같습니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Blockchain) 네트워크가 바로 그 구조입니다. 블록체인이란 거래 내역을 수천만 개의 컴퓨터에 동시에 분산 저장하는 기술로, 어느 한 주체도 임의로 조작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구조를 말합니다.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비트코인까지, 네트워크가 세상을 지배했다
로마가 다른 고대 문명과 달랐던 결정적 이유는 단순히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원형 경기장을 도로망으로 연결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피라미드는 한 곳에 집중된 권력이라 멀어질수록 힘이 약해지지만, 로마의 도시 네트워크는 어디에 있어도 같은 위압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나중에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뒤에는 교회 건축으로 그 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고해성사실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교황청으로 집중되면서 당시 최대 규모의 정보 네트워크를 운영했습니다. 사실상 그 시대의 정보 기관이나 다름없었죠.
현대로 넘어오면 그 역할을 인터넷이 맡았고, 구글·메타·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그 위에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습니다. 국가가 소유한 망을 빌려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구글과 유튜브를 차단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는 저궤도 인공위성 약 4만 개를 띄워 국가 인터넷망에서 독립한 첫 민간 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의 연결 여부가 전황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스타링크도 전력망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머스크가 메가팩(Megapack)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옵티머스 로봇으로 노동력까지 자급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이 흐름에서 갖는 위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희소성: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된 디플레이션 자산입니다
- 탈중앙성: 특정 국가나 개인이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 네트워크: 블록체인 위에서 누군가 상상해낼 부가가치의 기반이 됩니다
- 익명성: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원이 불명확해 특정 주체가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알고나니 새롭게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달러 패권처럼 기존 금융 시스템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2035년에 당연해질 것들, 지금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 처음 깔렸을 때 아마존을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같은 네트워크를 보고 누군가는 동창을 연결했고(아이러브스쿨, 페이스북), 누군가는 물건을 팔았고(아마존, eBay), 누군가는 지식을 모았습니다(네이버 지식인).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위에서 어떤 부가가치가 만들어질지는 이 시대의 천재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솔직히 다 그려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즉 달러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디지털 화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들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포함해 암호화폐 규제 법안을 연달아 통과시켰습니다. 이미 미국은 규제를 만들면서 동시에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시행했지만, 시장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인터넷 초창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광케이블을 깔아 디지털 강국이 됐던 나라가 비트코인 시대에는 규제 뒤에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이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구글이나 아마존은 못 만들었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차세대 기업을 만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열린 마음으로 먼저 뛰어드는 문화가 먼저입니다.
우리도 결국 2035년이 되면 '그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라고 돌아볼 가능성이 큽니다. 비트코인을 사라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는 바라보고 있어야 그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