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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제결제은행(BIS)의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그 게임판을 또 한 번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전략비축 선언이 그겁니다. 제가 이 흐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이건 음모론이 아니라 지극히 논리적인 패권 게임이었습니다.

금본위제가 무너진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닉슨 쇼크(1971년)는 "미국이 재정 압박 때문에 금태환을 중단했다"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이후 미국이 벌인 후속 작업들을 살펴보니, 단순한 경제적 결정이 아니라 달러를 영구적인 기축통화로 굳히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닉슨 쇼크 이전까지 달러는 금 보관 증서에 불과했습니다. 화폐의 본체는 금이었고, 달러는 그걸 대신 들고 다니는 종이였습니다. 미국이 이 연결 고리를 끊자, 금값은 치솟고 달러는 폭락했습니다. 파운드화가 다시 힘을 얻고, 금이 실물 거래에 유통될 정도였으니까요.
미국이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꺼낸 카드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1978년 금 선물거래소 설립입니다. 여기서 금 선물이란 실물 금 없이 종이 계약만으로 금을 사고파는 것을 말합니다. 공급량을 무한정 늘릴 수 있으니 금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둘째는 IMF·BIS를 통한 중앙은행 회계 기준 변경입니다. 금을 준비금으로 보유할 때 매입 금액의 50%만 장부 자산으로 인정하도록 바꿨습니다. 반면 미국 국채는 100% 인정입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어느 쪽을 살지는 계산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 구조가 수십 년간 달러 패권을 유지시킨 핵심 장치였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 닉슨 쇼크(1971): 금-달러 태환 공식 중단, 달러 단독 기축통화 선언
- 금 선물거래소(1978): 종이 금 공급 확대로 금값 상승 억제
- 회계 기준 조작: 금 준비금 50% 인정 vs 달러 국채 100% 인정
- 결과: 전 세계 중앙은행이 달러 국채를 외환보유고로 채움
게임이론으로 읽는 비트코인 전략비축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유럽은 바로 이때부터 금을 중앙은행 1등급 자산으로 복권시키자는 주장을 시작했고, 10년 넘게 미국이 막다가 2019년 바젤 3 체제 시행으로 결국 관철됐습니다. 바젤 3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 건전성 규제 체계로, 이 기준에 따라 금이 다시 할인 없이 100% 자산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출처: BIS 바젤위원회).
그 순간부터 중앙은행들은 미국 국채를 팔아 금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금값은 오릅니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 이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EU가 금 13,000톤, 미국이 8,000톤을 보유하고 있으니, 금 게임에서는 유럽이 유리한 고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꺼낸 게 네쉬 균형(Nash Equilibrium) 전략입니다. 여기서 네쉬 균형이란 한 참여자가 전략을 바꿔도 이득이 없어서, 결국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핵무기 경쟁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미국이 먼저 비트코인을 전략 비축 자산으로 선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싫어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점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논리를 처음 들었을 때,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게 이미 의미 없는 질문이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가치가 있기에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이 게임의 룰을 그렇게 정해버리면 나머지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이 작업을 착실히 진행 중이고, 유럽과 중국은 마지못해지만 이미 따라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2028년부터 비트코인을 금융 자산으로 공식 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 자산 사다리와 22% 세금의 모순
전 세계가 비트코인 비축 경쟁에 뛰어드는 지금, 한국은 가상자산 과세 22%를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느낀 건 분노보다는 허탈함이었습니다. 맥락을 알고 나니 더 그랬습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이렇습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0억 원을 넘었고, 가장 높은 초봉을 주는 공기업에 취업해도 부모 지원 없이는 평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사다리는 이미 걷어찼습니다. 삼성전자 주식 한 주도, 하이닉스 주식 한 주도 아르바이트로 먹고사는 20대에게는 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5,000원으로도 살 수 있습니다. 업비트 같은 거래소에서 소수점 단위로 매수할 수 있으니까요. 금융 자산에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그나마 올라탈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가 가상자산이었습니다. 이걸 진지하게 공부하고 대응하는 20·30대가 제 주변에도 실제로 꽤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사다리에 22% 세금을 물리겠다고 합니다. 부동산 양도세는 버티면 그만인 자산가들이 실제로 팔지 않는다는 걸 제 경험상 잘 압니다. 반면 소액 투자자는 22%가 치명적입니다. 국민의미래 당 내부 보고서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체계의 불완전성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가상자산 과세 안내).
알면서 시행하겠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결함이 있는 줄 알면서 출시하는 자동차와 뭐가 다른지, 저는 지금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준비하지도 않으면서, 국민이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까지 세금으로 억누르는 건 어느 방향으로도 논리가 없습니다.
- 서울 평균 아파트 10억 원 → 부동산 자산 접근 구조적 불가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 → 소액 투자자 진입 장벽 높음
- 비트코인 → 5,000원 소수점 매수 가능, 유일한 소액 진입로
- 가상자산 과세 22% → 소액 투자자에 직격, 자산가는 상대적 무영향
자주 묻는 질문
Q. 바젤 3 이후 금값이 오른 게 중앙은행 때문인가요?
A. 2019년 바젤 3 시행 이후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기 시작한 것이 금값 상승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이 비싸졌다"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건 단순 투기 수요가 아니라 준비금 재편이라는 근본적인 수요 변화입니다. 그래서 금값이 높아도 계속 사는 겁니다.
Q. 한국도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사야 하나요?
A. 미국이 전략비축을 선언하고 유럽·일본이 따라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넉 놓고 있으면, 나중에 외환위기 때 달러를 빌리러 갔듯이 비트코인을 빌리러 가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준비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제도적으로 민간 비축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Q. 비트코인 22% 세금, 실제로 얼마나 영향이 있나요?
A. 수억 원대 자산가는 22%를 내도 자산이 남습니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5만 원씩 모아 비트코인을 사는 20대에게 22% 세금은 원금 회복조차 어렵게 만드는 수준입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기본 공제와 다양한 우대가 있는 반면, 가상자산은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습니다.
Q.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지탱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A. 스테이블코인이란 1달러에 고정된 가격을 유지하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이 코인을 발행하려면 같은 금액의 미국 국채나 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중앙은행들이 국채를 팔기 시작하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을 사실상 국채의 새 구매자로 활용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 겁니다.
결론
제가 이 흐름 전체를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비트코인이 '좋은 투자냐 나쁜 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국가 간 게임의 판돈으로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은 달러가 없어서 나라가 흔들렸습니다. 그 교훈을 겪었으면서 지금 같은 패턴의 경고 신호를 무시하는 건, 제 생각에 '알면서 모른 척'입니다.
국가가 전략 비축을 준비하지 않겠다면, 최소한 국민이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길은 열어줘야 합니다. 잘못된 과세 체계인 줄 알면서 시행하겠다는 건, 문제 있는 차를 사고 나서 리콜하겠다는 것과 정말로 다르지 않습니다. 잘못된 건 시행 전에 고치는 게 맞습니다. 번복이 쪽팔린 게 아니라, 틀린 걸 알면서 밀어붙이는 게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