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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패권전쟁 (불가능한삼위일체, 킬스위치, 국방수권법)

themorethebetter 2026. 7.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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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비트코인 금지와 허용이 단순히 각국의 암호화폐 정책 차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건 통화 패권의 정면충돌이고, 그 한가운데 채굴기 한 대가 안보 위협이 되는 현실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이 2천조 원을 들여서라도 채굴기를 바꾸려는 이유,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불가능한 삼위일체 — 미국과 중국이 정반대 길

    경제학에 '불가능한 삼위일체(Mundell-Fleming Trilemma)'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불가능한 삼위일체란 어떤 국가도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의 안정성, 자본 이동의 자율성,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과 경제학자 마커스 플레밍이 발전시킨 이 모델은, 각국이 어떤 두 가지를 택하느냐에 따라 경제 전략의 방향 자체가 갈린다는 점을 보여줍니다(출처: IMF Working Paper).

    미국은 1971년 닉슨 쇼크를 통해 달러와 금의 태환을 끊었고, 1976년 킹스턴 합의로 고정환율제를 공식 폐기했습니다. 환율 안정을 포기하는 대신 자본 이동의 완전한 자유화를 택한 것입니다. 덕분에 미국은 법정화폐로서의 무한 발권력과 함께 전 세계 자본을 월가로 빨아들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처음 접했을 때 '닉슨 쇼크가 그냥 금 폐지가 아니라 자본 전략의 전환점이었구나' 싶어 꽤 오래 멈춰 생각했습니다.

    중국은 정반대를 선택했습니다. 위안화와 달러를 페그(peg)하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을 택했고, 그 대가로 자본 이동을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페그(peg)란 자국 통화의 가치를 특정 기준 통화에 고정시키는 환율 제도를 말합니다. 자본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면 환율이 흔들리기 때문에, 중국은 자본 통제 없이는 이 구조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두 나라는 같은 이론의 서로 다른 답을 골랐고, 그 선택이 지금 비트코인을 둘러싼 전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요약: 미국은 자본 자유화를, 중국은 환율 안정을 택했고 — 이 정반대의 선택이 비트코인에 대한 두 나라의 극단적으로 다른 태도를 만들었습니다.

     

    킬스위치 — ASIC 채굴기 90%가 중국산

    사실 중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했다는 소식은 들었어도, 채굴 하드웨어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제대로 몰랐습니다. 전 세계 ASIC 채굴기의 약 90%를 중국 기업 비트메인(Bitmain)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ASIC 채굴기란 비트코인 채굴에 특화된 반도체 컴퓨터로, 해시 함수를 빠르게 풀기 위해 설계된 전용 장비입니다. 일반 PC가 아니라 채굴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2017년, 비트메인이 생산하는 앤트마이너(Antminer) 채굴기에서 백도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백도어란 제조사가 사용자 모르게 원격으로 장비를 제어하거나 껐다 켤 수 있는 숨겨진 접근 통로를 의미합니다. 이걸 '킬 스위치'라고 부르는데, 이론적으로 비트메인이, 혹은 비트메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가 이 스위치를 누르면 미국 내 채굴 장비의 상당 부분이 한순간에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hashrate) 점유율은 50%를 넘어섰습니다. 해시레이트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연산 작업을 처리하는 총 능력을 의미하며, 점유율이 높을수록 네트워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집니다. 그런데 그 채굴기 대부분이 비트메인 제품이라는 점, 이걸 들었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화웨이 백도어는 끝내 증명되지 않았지만, 앤트마이너의 경우는 실제로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전 세계 ASIC 채굴기 약 90%: 중국 비트메인(Bitmain) 생산
    • 2017년 앤트마이너 백도어 발견 — 킬 스위치 존재 확인
    • 미국 내 해시레이트 50% 이상이 해당 장비 의존
    • 킬 스위치 작동 시 미국 채굴 네트워크 즉각 마비 가능
    요약: 미국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장비의 90%가 중국산 — 킬 스위치 하나로 전부 멈출 수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사이버 안보 자산 — 미국의 시각이 달라진 계기

    미국이 비트코인을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나는 달러를 좋아하지, 비트코인 같은 사기 네트워크는 싫다"고 공언했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비트코인을 폰지 사기라고 지속적으로 언급해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 트럼프는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비트코인 왕국"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우주군 소령 제이슨 로우는 2023년 'Softwar'라는 논문에서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이란 비트코인을 생성하려면 실제 물리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로, 해킹을 시도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동시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국방부가 채택했고, 2025년 4월 아시아태평양 총사령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비트코인 노드를 운영하며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이것은 사이버 안보 자산이다"라고 공식 선언했습니다(출처: 미국 국방부(DOD)).

    한편 월가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조용히 준비를 해왔습니다. JP모건은 B2B 결제용 스테이블 코인 JPM 코인을 앞서 개발했고, 블랙록은 현물 ETF와 RWA(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3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PYUSD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서 뉴욕 금융당국을 설득한 논리, "준비금을 미국 단기 국채로 100% 보유한다 — 이것이 달러 패권에 도움이 된다"는 이 프레임이 2025년 7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대통령 승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을 달러 생태계에 포섭하는 전략이 법제화된 것입니다.

    요약: 비트코인의 작업증명 구조가 해킹 불가능에 가깝다는 군사적 가치를 미 국방부가 공식 인정하면서,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이 억압에서 포섭으로 완전히 전환됐습니다.

     

    국방수권법 — 9월 30일이 중요한 이유

    미국은 지금 두 가지 트랙으로 비트코인 관련 법제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클라리티 액트, 지니어스 액트,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법안을 독립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 가지를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국방수권법이란 미국 의회가 매년 통과시키는 국방 예산 및 정책 법안으로, 여기에 포함된 수정안은 별도 심사 없이 통과될 수 있는 강력한 우회 경로가 됩니다. 이것은 '프리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7년도 국방수권법 예산안에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 관리 명목으로 약 1조 2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0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책정돼 있습니다. 이 예산의 핵심은 미국 내 ASIC 채굴기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오라다인(Auradine)의 국산 채굴기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채굴기를 바꾸겠다는 건데, 이건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라 안보 전략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예산의 통과 여부가 향후 비트코인 시장의 방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관건은 의회가 비트코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공식 인정해 주느냐입니다. 국방부는 이미 4월 10일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상태이며, 공개·비공개 청문회가 진행 중입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비트코인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선언하면, 포함되어있는 3가지 법안과 1,800조 원 예산이 국방수권법 통과와 함께 9월 30일 기한 안에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법안들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클라리티 액트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에 법적 명확성을 부여해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요약: 국방수권법 9월 30일 통과 여부가 비트코인 3대 법안의 운명과 1,800조 원 채굴기 교체 예산을 동시에 결정짓는 분수령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불가능한 삼위일체가 비트코인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A. 불가능한 삼위일체는 한 국가가 통화정책 독립성, 환율 안정, 자본 이동 자유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경제학 이론입니다. 미국은 자본 자유화를 택해 전 세계 자금을 월가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었고, 중국은 환율 안정을 택해 자본을 통제합니다. 비트코인은 국경 없이 자금을 이동시키는 P2P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자본을 막으려는 중국에는 위협이 되고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에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Q. 중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했는데 왜 채굴기 시장은 아직도 중국이 90%예요?

    A.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국내에서 금지했지만, 비트메인 같은 기업이 ASIC 채굴기를 수출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습니다. 채굴기 제조는 중국의 반도체 및 제조업 경쟁력이 집약된 분야여서, 금지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산 채굴기의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국산 채굴기로의 교체를 안보 과제로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Q. 홍콩 비트코인 ETF는 왜 실패했나요?

    A. 홍콩은 미국보다 늦게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지만, 현물로 ETF를 살 수 있는 '인 카인드(In-Kind)' 방식을 채택해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 ETF로 대거 유입되는 것을 중국 당국이 통제했고, 이후 미국도 인 카인드 방식을 허용하면서 자금이 미국 ETF로 급격히 쏠렸습니다. 현재 홍콩 ETF의 비트코인 잔고는 약 5,000 BTC에 불과한 반면, 미국 ETF는 약 100만 BTC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Q. 국방수권법이 통과되면 비트코인 가격에 좋은 영향이 있나요?

    A.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클라리티 액트, 지니어스 액트, 전략 비축 법안이 함께 통과되면 미국 내 암호화폐 시장에 법적 명확성이 생기고, 정부가 비트코인을 공식 안보 자산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납니다. 시장은 이런 제도적 정당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관 자금 유입의 심리적 장벽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법안 통과가 곧바로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거시 경제 상황과 함께 봐야 합니다.

     

    결론

    처음에는 화웨이 백도어 논란이 그냥 미국의 프레임 씌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ASIC 채굴기에서 실제로 백도어가 확인된 사례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이건 음모론이 아니라 검증된 안보 위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1,800조 원을 들여서라도 채굴기를 바꾸려 하는 이유가 그냥 납득이 됐습니다.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자산으로만 보다 보면 이 큰 그림을 놓치게 됩니다. 미국과 중국이 통화 패권을 두고 50년 넘게 다른 길을 걸어온 연장선 위에 지금의 비트코인 전쟁이 있습니다. 9월 30일 국방수권법 처리 결과를 주목해볼 만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tdLZoiHXPqs?si=7fYf49unMKC4OH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