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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의 ETF 전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언젠가 금 ETF 순자산의 세 배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보고서를 접했을 때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지금 당장 숫자만 놓고 보면 비트코인 ETF는 금 ETF의 6분의 1도 안 되거든요. 그런데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보니, 그냥 흘려들을 전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 ETF vs 비트코인 ETF
사실 저는 발추나스에게 직접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답장이 없습니다. 그 섭섭함을 뒤로하고 그의 분석을 소개하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긴 한데, 내용 자체는 제가 보기에도 꽤 탄탄합니다.
8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금 ETF의 운용 자산(AUM)은 약 6,1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70조 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AUM이란 자산운용사가 실제로 굴리고 있는 총자산 규모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펀드에 투자자들이 맡겨놓은 돈의 합산액이죠.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의 AUM은 95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금의 6분의 1이 채 안 됩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이걸 어떻게 세 배로 넘어서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최근 1년간 수익률 흐름도 비트코인 쪽이 불리합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같은 기간 34% 이상 하락했습니다. 반면 스테이트 스트릿이 운용하는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17% 이상 상승했고, 최근 5년 누적 수익률은 144%에 달합니다. 지금 이 시점만 보면 금 ETF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은 건 맞습니다.
- 금 ETF(GLD) 운용 자산: 약 6,150억 달러 (870조 원)
- 비트코인 ETF(IBIT) 운용 자산: 약 950억 달러
- 최근 1년 수익률: IBIT -34% vs GLD +17%
- GLD 최근 5년 누적 수익률: 약 +144%
세대교체와 기관자금
발추나스가 비트코인 ETF의 장기 우위를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저도 하나씩 따져봤는데, 억지스러운 논리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얘기라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첫째는 세대 교체입니다. 출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18~29세의 26%, 30~40대의 28%가 디지털 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50세 이상은 10%에 그쳤습니다. 디지털 자산이란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존 실물 자산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 위에서 발행·거래됩니다. 젊은 세대가 경제 중심으로 이동할수록 비트코인 수요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제가 봐도 이건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둘째는 기관 자금 유입 여력입니다. 현재 금 ETF는 순자산의 약 80%가 기관 투자자 자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기관 투자자란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처럼 대규모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법인 투자자를 말합니다. 반면 비트코인 ETF는 기관과 법인을 합쳐도 전체 비중의 21%에 불과합니다. 이 비중이 절반만 돼도 순자산 규모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셋째는 월가 유통망입니다. 블랙록, 피델리티,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 공룡들이 경쟁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고객 베이스의 일부만 비트코인 ETF로 유입돼도 자금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형 판매망의 힘은 상품의 퀄리티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전망을 역산하면 나오는 숫자
발추나스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역산해 보면 꽤 자극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현재 비트코인 ETF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126만 개입니다. 이 보유량이 두 배로 늘어 252만 개가 되고, 동시에 순자산이 1조 8,500억 달러(약 2,600조 원)에 도달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73만 달러를 넘어야 합니다. 지금보다 10배 이상 뛰는 수준입니다.
보유량이 세 배(378만 개)로 늘어나는 시나리오에서는 가격이 약 48만 달러가 됩니다. 정리하면 발추나스의 ETF 수요 시나리오를 전제로 역산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48만~73만 달러 구간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상단인 73만 달러가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제시한 2030년 비트코인 목표가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출처: ARK Invest
하지만 저는 이 숫자를 그대로 믿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계산은 어디까지나 ETF 수요 시나리오를 역으로 뒤집어본 것이지, 비트코인 가격 예측 모델이 아닙니다. 발추나스 본인도 이 전망에서 금 ETF 규모가 현 수준에서 고정된다고 가정했는데, 실제로 금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금은 5,000년 이상 인류와 함께해 온 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경에도 400번 이상 언급될 만큼 금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좋은 분석가일수록 자신의 전망에 조건을 달고 반론을 스스로 제시합니다. 발추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말한 '언젠가'가 5년 뒤일 수도, 15년 뒤일 수도 있습니다.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전망을 단기 투자 논리로 활용하면 판단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트코인 ETF가 금 ETF를 넘어서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A. 발추나스 본인도 '언젠가'라고만 했을 뿐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솔직히 가장 아쉬운 대목인데, 구조적 변화라는 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고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단기 기대보다는 10년 이상의 장기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Q. 지금 비트코인 ETF에 투자해도 괜찮은 시점인가요?
A. 이건 개인의 투자 성향과 시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옵니다. 제가 이 분석에서 확인한 건, 장기 구조적 수요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단기 가격 상승을 보장하는 근거가 아닙니다. 최근 1년간 IBIT가 34% 넘게 빠진 사실도 함께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Q. 금 ETF는 이제 매력이 없는 자산인가요?
A. 발추나스 자신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금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자산이고, 최근 5년 수익률만 봐도 GLD가 144% 가까이 올랐습니다. ETF 카테고리에서의 성장 잠재력은 비트코인이 클 수 있지만, 금이 단기간에 퇴출될 자산은 절대 아닙니다.
Q.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기관 투자자 비중이 왜 중요한가요?
A. 기관 투자자는 소액 개인과 달리 수천억에서 수조 원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비중 변화 하나가 ETF 전체 규모를 통째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현재 비트코인 ETF의 기관 비중이 21%에 불과하다는 건, 달리 보면 아직 성장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론
제가 여기서 느낀 건, 발추나스의 전망이 틀렸다기보다 '시점 없는 전망'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세대교체, 기관 자금 유입, 월가 유통망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동력은 분명히 실재합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 ETF 순자산 역전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발추나스, 그의 분석은 흘려듣기엔 너무 설득력이 있습니다. 단기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구조적 변화를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것, 그게 이 전망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