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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 비트코인을 최대 12.5억 달러어치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자산 자본 프레임워크"를 발표했습니다. 비트코인 최대 매집 기업이 비트코인을 판다는 소식이니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6만 달러 대로 올라왔는데, 이 흐름 자체가 시장이 지금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mNAV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처음 접했을 때 비트코인의 레버리지 주식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비트코인이 두 배 오를 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세네 배 오르는 구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공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핵심은 mNAV(순자산가치 배수)가 1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mNAV란 회사의 시가총액을 보유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로 나눈 배수로, 이 수치가 1이라는 건 회사 주가가 그냥 비트코인 보유량 그 자체와 같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주식을 사는 것과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것이 차이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자금 조달 구조 자체가 mNAV 1 이상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주식이나 우선주(STRC)를 발행해 팔 때 투자자들이 사주는 이유는 "이 회사 주식이 비트코인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니까"인데, mNAV가 1이 되면 굳이 주식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직접 비트코인을 사면 되니까요. 결국 자금 조달의 핵심 통로가 막혀버린 상황입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2027년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전환사채가 약 10억 1천만 달러 규모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전환사채란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으면 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얻고, 낮으면 현금 상환을 요구하는 구조입니다. 지금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전환가액보다 한참 아래에 있어서, 만기 때 채권자들이 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없으면 결국 들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아서 갚아야 합니다.
STRC 바이백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자산 자본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USD 준비금 25.5억 달러 확보 (약 18개월치 STRC 배당 충당 가능)
- STRC 연 배당률 7월 1일부터 12%로 인상
- STRC 포함 우선주 및 보통주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10억 달러 규모 승인
- 이사회 승인 하에 비트코인 최대 12.5억 달러어치 매각 가능
- 위의 비트코인 매각분까지 더하면 최대 26개월치 배당 지급 가능
발표 이후 STRC 가격이 프리마켓에서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저는 이 반응이 이해는 됩니다. "배당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해소됐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이게 근본적인 해결인지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STRC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하는데, STRC는 채권이 아니라 주식, 그것도 우선주입니다. 우선주란 보통주보다 배당 지급과 잔여재산 분배에서 우선권을 갖지만, 채권자보다는 후순위인 주식의 일종입니다. 즉, 회사가 파산했을 때 채권자들이 먼저 자산을 가져가고 나서야 STRC 투자자들의 청구권이 행사됩니다. 회사가 망할 정도의 상황이면 사실상 돌려받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STRC가 100달러 근처에서 거래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의견이 꽤 날카롭다고 봅니다. 100달러 메커니즘은 회사가 파산할 경우 잔존 자산에 대해 주당 100달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전제인데, 파산 상황에서 그 청구권이 실제로 행사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바이백 발표로 단기 가격은 올랐지만, STRC의 가격은 결국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가치로 수렴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비트코인 ETF
마이크로스트래티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트코인 전체가 지금 구조적인 자금 이탈을 겪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자금 유출이 6월에 기록됐습니다. 4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최근 두 달로 따지면 65억 달러가 이탈했습니다(출처: 블룸버그). 흥미로운 건 ETF 시장 전체는 지금 전례 없는 호황이라는 점입니다. 26년 현재까지 ETF 시장에 1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고, 연말까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Bloomberg Intelligence). 저는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ETF 시장이 이렇게 크게 성장하는데, 왜 비트코인 ETF만 역행하는가 싶었거든요.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금과 비트코인 ETF에서 130, 140억 달러가 순유출되는 동안, 반도체 ETF로는 200, 220억 달러가 순유입됐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 금과 비트코인을 팔아서 반도체를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감이 자금을 빨아들이는 동안,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자산이 된 겁니다. 이 구조가 바뀌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나는 미국의 가상자산 제도화, 즉 클라리티 법안 같은 규제 명확화가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확인되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확정짓기 어려운 조건들입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번 발표로 당장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9년 만기 전환사채를 할인 매수하는 데 현금을 써버린 결정이 지금 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닌지,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27년 만기 부채가 엄연히 있는데 굳이 기한이 많이 남은 빚부터 처리한 셈이니까요. 바이백과 준비금 확보 발표가 얼마나 지속적인 신뢰를 줄 수 있을지,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되기 전까지 STRC 구조가 버텨줄 수 있는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