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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와이파이가 갑자기 끊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 IT 담당자는 네트워크 콘솔, 보안 대시보드, 인증 서버 로그를 동시에 열어두고 원인을 찾아 헤맵니다. 저도 예전에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 그 복잡함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스코는 바로 그 장면을 AI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라우터 회사가 AI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지금, 그 변화가 실제로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따져봤습니다.

     

    시스코 변신 (AI 인프라, 네트워크, 닷컴버블)
    시스코 변신 (AI 인프라, 네트워크, 닷컴버블)

     

     AI 인프라 시대, 네트워크

    AI 하면 보통 엔비디아의 GPU나 오픈AI의 언어 모델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시스코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모든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하고, AI가 많아질수록 그 도로가 더 중요해진다는 겁니다. 이번 시스코 라이브 2026 기조연설에서 척 로빈스 회장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인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들은 와닿았던 비유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면 엔진보다 도로가 중요해진다는 논리인데, 저는 이 말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꽤 현실적인 진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스코에 따르면 AI 확산으로 향후 3년 안에 기업 네트워크 트래픽이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AI 에이전트가 본격 가동되면 트래픽 증가율이 최대 450%까지 치솟을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AI Agent)란 사람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시스템과 연동해 작업을 처리하는 자율형 AI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AI 직원이 수백 명 생기는 상황입니다. 이 맥락에서 시스코가 공개한 핵심 신제품이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입니다. 네트워크·보안·서버를 제각각 관리하던 기존 방식 대신, 하나의 화면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IT 인프라 전체를 운영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관리자가 자연어로 "김 과장 노트북이 왜 와이파이에 안 잡히지?"라고 물으면, AI가 네트워크 상태·보안 정책·인증 로그를 동시에 분석해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사람은 최종 승인만 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함께 공개된 AI 캔버스도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부서 담당자와 복수의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협업 공간에서 동시에 문제를 다루는 구조인데, 지금까지 AI가 개인 비서에 머물렀다면, 이건 AI를 팀원으로 쓰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보안 분야에서는 라이브 프로텍트(Live Protect)라는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라이브 프로텍트란 시스템을 재부팅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도 보안 패치를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기술로, 병원·은행·공장처럼 24시간 운영이 필수인 환경에서 특히 제격인 기능입니다.

    시스코가 특히 강조한 것은 AI 시대일수록 사이버 공격 속도도 빨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취약점이 발견된 뒤 실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거에는 몇 주였지만, 지금은 AI가 취약점을 자동 분석하면서 몇 분 단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출처: 시스코 공식 블로그). 이번 신제품들은 그 속도 차이를 메우기 위한 시스코의 답이라고 봅니다.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이 제공하는 핵심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어 질의 기반 인프라 진단 및 원인 분석
    • 네트워크·보안·서버 통합 단일 관제 화면
    • AI 에이전트와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AI 캔버스
    • 재부팅 없이 실시간 보안 패치를 적용하는 라이브 프로텍트

    시스코의 변신, 닷컴버블

    시스코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인터넷 트래픽의 길목을 장악한 라우터와 스위치 제조사로서 모든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86% 이상 폭락했고, 이후 25년 가까이 그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시스코를 오랫동안 '이미 지난 시대의 강자'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시스코 주가가 마침내 닷컴버블 시절 최고가를 넘어섰습니다. 25년 만의 신고점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그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당시 PER(주가수익비율)이 200배를 넘어섰던 것과 달리, 지금 시스코의 PER은 20배 안팎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AI 수혜주 중에서 벨류에이션이 이 정도로 합리적인 기업은 드뭅니다. 게다가 시스코는 약 2%에 가까운 배당수익률을 제공합니다. 성장주이면서 배당까지 주는 조합이라 기관투자자들이 핵심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잘 갖춰진 기술주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스코의 전환에서 결정적인 변곡점은 스플렁크(Splunk) 인수였습니다. 스플렁크란 기업의 IT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로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데이터 분석 및 보안 플랫폼을 말합니다. 시스코는 지난해 이 회사를 280억 달러에 인수하며 네트워크·보안·데이터 분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을 완성했습니다. 풀스택이란 인프라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전 계층을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장비 판매에서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매출의 안정성과 마진 방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도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시스코의 AI 관련 수주는 최근 3배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자체 칩 개발로 마진을 방어하면서 소프트웨어 구독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IDC에 따르면 2027년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규모는 연평균 2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IDC). 시스코가 바로 그 성장의 배관 공사를 맡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협업하는 세상이 현실화된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깔려 있을 겁니다. 우리가 전기 공급망을 신경 쓰지 않고 가전제품을 쓰듯, 언젠가는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AI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기반을 만드는 회사가 시스코입니다. 닷컴버블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그때는 기대가 실적보다 앞섰지만 지금은 실적이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스코를 단순한 네트워크 장비 기업으로만 보고 계셨다면, 한 번쯤 다시 살펴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btmo7PK6qpg?si=3ZwEbgJC54_BSj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