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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분기 아마존 순이익 303억 달러, 전년 대비 77% 증가. 숫자만 보면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그 이익의 절반 이상이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처음 이 구조를 살펴보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합법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회계 마술 — 장부에 숫자 하나
아마존 1분기 세전 이익에서 16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조 원이 앤트로픽 지분 재평가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평가이익(unrealized gain)이란 실제로 자산을 팔아서 손에 쥔 돈이 아니라, 보유 중인 자산의 시장 가치가 올랐을 때 그 오른 만큼을 장부에 이익으로 기재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팔지도 않은 주식이 비싸졌다고 수익란에 숫자를 쓰는 것입니다.
미국 회계 기준(GAAP)이 허용하는 방식이라 불법은 아닙니다. 아마존이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합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숫자가 회사의 실적을 보여주느냐"라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포춘은 이 실적에 이런 제목을 달았습니다. "블록버스터 AI 이익의 절반은 실제 사업이 아니라 지분에서 나왔다"고요(출처: Fortune).
이 구조가 얼마나 양날의 검인지는 2022년 리비안 사례를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아마존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투자했고, 리비안 상장 직후 주가가 뛰자 2021년 4분기에 120억 달러 평가이익을 봤습니다. 그런데 딱 한 분기 뒤 리비안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76억 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본업 영업이익은 37억 달러 흑자였는데, 회사 전체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15년 이후 첫 분기 적자였습니다. 장부 위 숫자 하나가 멀쩡한 회사를 적자 기업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 평가이익: 자산을 팔지 않아도 가치 상승분을 이익으로 계상하는 회계 방식
- 평가손실: 반대로 가치가 하락하면 손실로 기재 — 본업과 무관하게 순이익 왜곡
- GAAP(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원칙): 미국 상장사가 따르는 회계 기준. 이 방식을 허용함
앤트로픽 지분 — 이익 구조
아마존이 2023년부터 앤트로픽에 투자한 총금액은 80억 달러, 약 12조 원입니다. 그 지분의 현재 장부 가치는 742억 달러, 약 111조 원입니다. 9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앤트로픽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출처: SEC 공시 자료).
그런데 이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투자 수익이 아닙니다. 아마존이 앤트로픽에 돈을 넣으면, 앤트로픽은 그 돈으로 아마존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사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를 빌립니다. 그러면 아마존 매출이 늘고, 앤트로픽은 더 커집니다. 앤트로픽이 커지면 아마존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오르고, 그 오른 가치가 다시 아마존 이익으로 기록됩니다. 제가 이 순환 구조를 따라가 봤는데, 돈이 아마존에서 나가서 한 바퀴 돌아 다시 아마존의 숫자로 돌아오는 흐름이 꽤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여기서 트레이니엄(Trainium)이란 엔비디아 GPU 대신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AI 연산용 반도체입니다. 이 칩 사업이 벌써 연 매출 2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클라우드(AWS)는 AI 회사들이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빌려 쓰는 서버 인프라입니다. 아마존은 AI 시대의 칩 공급자이자 인프라 임대업자이면서, 그 위에서 성장하는 AI 스타트업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세 역할을 동시에 쥐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앤트로픽이 이만큼 성장한 이유가 이 순환 구조 하나 때문이라고 보는 건 과합니다. 클로드(Claude)라는 AI 모델이 실제로 경쟁력 있고, AI 전반에 대한 투자 열기 자체가 뜨겁습니다. 그 위에 아마존이 자기가 돈을 대서 그 가치를 추가로 밀어 올리는 고리까지 얹은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AWS 성장 — 이 회사의 진짜 체력
평가이익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마존의 본업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AWS는 2024년 1분기에 전년 대비 28%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15분기 만에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영업이익만 142억 달러. 이건 평가이익이 아닌, 진짜 사업에서 나온 현금 흐름입니다.
아마존은 세상을 두 번 바꾼 회사입니다. 첫 번째는 배송이었습니다. 자기 물건을 빠르게 보내려고 미국 전역에 물류망을 깔았고, 그 망을 다른 판매자들에게 빌려줬습니다. 비용으로 쌓은 인프라를 수익원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클라우드였습니다. 자기 쇼핑몰을 돌리려고 지은 서버 인프라를 외부에 임대하기 시작했고, 그게 AWS가 됐습니다. 지금 넷플릭스도, 수많은 스타트업도, 심지어 경쟁사들도 이 인프라 위에서 돌아갑니다.
제 경험상 이 패턴은 한 번 익히면 다른 빅테크를 볼 때도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구글이 앤트로픽에 투자한 구조도 비슷합니다. AI 스타트업 지분을 크게 쥔 빅테크라면 어디든 같은 방식의 평가이익이 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실적 기사에서 순이익(net income) 숫자가 크게 박혀 있을 때, 그 아래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이 얼마인지를 먼저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영업이익이란 본업인 제품·서비스 판매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투자 자산 평가 변동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회사 실적을 보는 더 단순한 방법입니다.
아마존을 볼 때 제가 챙겨보는 세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영업이익(operating income): 앤트로픽 평가이익을 제외한 본업의 실제 수익력 확인
- AWS 성장률: 클라우드가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는 한 아마존의 핵심 엔진은 건강하다
- 앤트로픽 IPO 결과: 상장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금의 평가이익이 손실로 뒤집힐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마존 순이익 303억 달러가 진짜 번 돈 아닌가요?
A. 303억 달러 자체는 회계상 정확한 수치입니다. 다만 그 중 168억 달러가 앤트로픽 지분 재평가로 생긴 평가이익입니다. 실제로 현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장부상 자산 가치가 올라 이익으로 기재한 것입니다. 앤트로픽 가치가 다시 떨어지면 그 이익은 손실로 바뀝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실제 사업 체력을 보려면 영업이익 수치를 함께 봐야 합니다.
Q. 평가이익을 이익으로 잡는 게 편법 아닌가요?
A. 불법이나 편법이 아닙니다. 미국 GAAP(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원칙)이 허용하는 정상적인 방식입니다. 보유 지분의 공정 가치 변동을 손익으로 반영하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문제는 합법성이 아니라, 이 숫자가 회사의 영업 경쟁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주느냐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투자자들이 좀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AWS가 아마존 실적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요?
A. 결정적입니다. 아마존의 전체 영업이익 중 AWS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4년 1분기 AWS 영업이익만 142억 달러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집니다. 쇼핑 사업은 규모는 크지만 마진이 얇고, 결국 AWS가 아마존을 수익성 높은 회사로 유지시켜주는 핵심 엔진입니다. AWS 성장률이 꺾이는 시점이 아마존 실적의 진짜 변곡점이 됩니다.
Q. 앤트로픽 상장이 아마존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양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앤트로픽 IPO(기업공개) 몸값이 현재 장부가 수준을 유지하거나 웃돌면 아마존의 742억 달러 지분 가치가 보전됩니다. 반대로 AI 투자 과열이 꺾이거나 상장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금 이익으로 잡혀 있는 평가이익이 대규모 손실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리비안 사례에서 한 분기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 리스크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결론
아마존은 세상을 두 번 바꾼 회사입니다. 배송으로 유통을, 클라우드로 IT 인프라를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AI 시대에는 칩을 팔고, 땅(클라우드)을 빌려주고, 세입자의 지분까지 가진 가장 영리한 자본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업은 여전히 강합니다. AWS 28% 성장이 그 증거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언제나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앤트로픽 가치가 올라갈 때는 아마존이 앉아서 이익을 만들지만, 시장이 식으면 그 이익은 손실이 됩니다. 실적 헤드라인 숫자에 먼저 반응하기 전에, 영업이익이 얼마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 하나가 빅테크 실적 읽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