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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협정 (빈살만, 페트로달러, 이란 종전)

by themorethebetter1 2026. 6. 3.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탄생한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외교의 불문율을 깨는 역사적 시도였습니다. 유대교·이슬람·기독교의 공통 시조 '아브라함'의 이름을 딴 이 협정 체제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며, 지금도 중동 지정학의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브라함 협정 (AI이미지)

 

아브라함 협정의 탄생과 빈살만의 딜레마

 

아브라함 협정은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닙니다. 중동의 세 축, 즉 이스라엘(유대교),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 맹주), 이란(시아파 맹주)이 형성해 온 복잡한 세력 균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지정학적 기획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특사인 쿠시너는 이슬람과 유대 간의 갈등이 종교적 본질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의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라는 공통의 위협 앞에서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동맹을 맺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2020년 9월, 아랍 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에서 협정서에 서명하면서 첫 결실이 맺어졌습니다. 아랍 에미리트는 수니파의 차남격인 국가로서 팔레스타인 영토 분쟁이라는 대외적 명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고,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탈석유 금융 도시 건설을 위해 이스라엘의 자금과 AI 기술력이 절실했습니다. 쿠시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서안지구 병합 시도를 연기시키는 명분을 제공해 아랍 에미리트의 서명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는 이 협정에 쉽사리 서명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처해 있습니다. 수니파 맹주로서 팔레스타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내 동생격인 국가이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항구적 권리 보장 없이는 서명이 곧 배신이 됩니다. 빈살만은 팔레스타인의 영토적 안정 보장,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 F-35 전투기 판매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2023년 10월 이란의 지원을 받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판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울며 겨자먹기로 팔레스타인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아브라함 협정 서명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란과의 종전 협상 조건으로 아브라함 협정 서명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 요구하면서 사실상 다른 아랍 국가들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의 복잡한 종교적·역사적 맥락을 경제 논리와 안보 압박으로 단순화하는 접근으로, 빈살만이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며, 팔레스타인을 배신한다는 것은 주변 수니파 국가들의 반발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내의 보수 세력들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

 

페트로달러 2.0 체제와 아랍 에미리트의 셈법

아브라함 협정 체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또 다른 층위는 바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재편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 체제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아랍 에미리트를 전략적으로 키워 페트로달러 2.0 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을 추진해 왔습니다.

페트로달러 2.0 체제의 핵심은 아부다비에 위치한 IFAD, 즉 '인터컨티넨탈 피처스 아부다비'라고 하는 머반 석유 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달러인 스테이블 코인으로만 결제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랍 에미리트를 기존의 OPEC 밀실 석유 가격 결정 시스템에서 이탈시키는 전략이 병행됩니다. 기존의 페트로달러 1.0 체제가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OPEC을 통해 운용되었다면, 페트로달러 2.0은 아랍 에미리트를 새로운 축으로 삼아 달러 패권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려는 시도입니다.

실제로 아랍 에미리트는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서명 이후 이스라엘의 자금과 기술력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세계적인 금융·기술 허브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빈살만 왕세자는 2022년 RHQ 정책을 발표합니다. RHQ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아드에 헤드쿼터 사무실을 두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과는 석유 거래를 포함한 일절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자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던 글로벌 기업들은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본부를 리아드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랍 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 체제에 합류하게 된다면, 현재 협정 체제의 수혜를 사실상 독점해 온 아랍 에미리트 입장에서는 득과 실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새로운 거대 참여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진입은 이스라엘 자본과 기술력의 분산, IFAD 중심 페트로달러 2.0 체제 내에서의 주도권 약화 등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합류가 아랍 에미리트를 포함한 협정 체제 전체의 규모와 신뢰도를 높여 더 큰 경제적 파이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결국 이 두 가지 경로 가운데 어느 쪽이 미국의 달러 패권 재편과 중동 내 영향력 유지에 더 유리한지를 계산한 결과물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유가 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이란 비핵화라는 개전 명분이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납니다. 이 모순은 페트로달러 2.0의 성패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란 종전 협상과 중동 역학 구조의 변곡점

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은 아브라함 협정 체제 전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기를 지렛대 삼아 빈살만에게 이란 종전의 조건으로 아브라함 협정 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명을 거부할 경우, 이란 종전을 방해하는 불순 세력으로 프레임을 짜서 빈살만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의문은, 전쟁 첫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들 모즈타바를 통해 이란의 신정 정권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전쟁을 왜 시작했냐'입니다. 이란 비핵화라는 명분으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유가 안정, 그리고 아브라함 협정 체제의 완성이라는 복합적인 목표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은 채 종전이 성립된다면, 이란 신정 정권은 전쟁 이전과 유사한 핵 능력을 유지한 채 중동 구도에 다시 등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동의 역학 구조는 지난 수년간 격동을 거쳤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아브라함 협정 체제로 이스라엘-사우디 동맹을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려 했던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체제 복원 시도로 역전되었습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살길을 찾아 중국에 접근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2년 리아드를 직접 방문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평화 협정을 중재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아브라함 협정 체제가 추구했던 이란 고립 전략이 오히려 중국의 중동 영향력 확대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란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통해 이 구도를 다시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 종전 협상의 조건과 아브라함 협정 서명 요구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방식은 빈살만의 격분에서도 드러났듯이 역내 반발을 키울 위험이 있습니다. 전략적 셈법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종교적 정통성과 국내 정치적 생존이 걸린 빈살만의 선택은 결코 트럼프의 압박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브라함 협정의 최종 향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문제와 자국의 경제적 생존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외교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는 거대한 실험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압박 방식, 이란 비핵화라는 개전 명분의 희석, 빈살만의 정치적 생존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협정의 완성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종 선택이 페트로달러와 중동 질서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oLjCAWboZ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