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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뱅크가 맥도날드보다 많은 나라, 유니세프가 아동 지원에 나서는 나라. 영국 얘기입니다. 저는 이 뉴스들이 몹시 놀라웠습니다. 니다. 제가 생각해온 영국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 영국에서 지금 비트코인 이야기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270만 원이 60억 원으로 돌아온 한 노동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뒤에서 움직이는 정치 자금 흐름까지. 직접 살펴본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경제위기 속 크리스 사건이 터진 이유
주변에서 "나 코인으로 집 샀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저는 솔직히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명한 투자가가 수천억을 벌었다는 뉴스는 그냥 흘려듣는데, 옆집 사람 이야기는 다르게 꽂힙니다. 영국에서 지금 딱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크리스라는 가명의 평범한 영국 노동자가 2011년 말, 무허가 사설 거래소인 브릭코인에 약 270만 원을 투자해 비트코인 61개를 개당 4만 4천 원 수준에 매수했습니다. 집을 마련하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일부라도 갚아보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거래소가 폐쇄됐고, 2014년에는 "서비스 종료" 이메일 한 통만 남긴 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무허가 사설 거래소가 왜 문제냐 하면, 영국 금융감독청(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FCA란 영국 내 금융기관의 영업을 감독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제 기관으로, 이 인가 없이는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크리스가 사기를 당하고도 보상받을 길이 막힌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서는 걸 보면서도 손 쓸 방법이 없었던 크리스는 2025년 1월, 영국 한 로펌을 찾아갑니다. 제가 해당 로펌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서 읽어봤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치밀했습니다. 로펌은 전문 블록체인 트래커(blockchain tracker) 업체를 고용했는데, 트래커란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추적해 자산 소재를 파악하는 기술 전문 회사를 말합니다. 4개월간의 추적 끝에 인터상고 거래소의 비트코인 지갑을 찾아냈습니다.
문제는 "찾았다"와 "내 것이다"는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영국 법원의 확정 판결이 필요했고, 크리스에게는 가입 이메일도, 거래 확인 메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펌이 제시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15년 전 브릭코인으로 송금한 은행 계좌 명세서였습니다. 그 기록 하나로 2025년 6월, 영국 법원은 비트코인 61개를 크리스의 자산으로 인정했습니다. 270만 원이 60억 원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해당 로펌이 트래킹 과정에서 인터상고 지갑에 아직도 5,700억 원 이상의 비트코인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즉, 크리스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펌은 현재 "이메일이 없어도, 은행 명세서만 있으면 됩니다"라며 추가 의뢰인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성공 보수만 받는 구조여서 의뢰 비용은 없고, 승소 시 회수액의 일정 비율만 받는 방식입니다(출처: 영국 금융감독청(FCA)).
제 생각에 이 사건이 영국에서 특히 크게 퍼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국 성인의 디지털 자산 보유 비율은 2022년 기준 12%, 약 500만 명이었다가 2024년에는 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년 만에 200만 명이 늘어난 셈인데, 크리스 사건이 이 속도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웃집에 부자가 생겼다는 소식이 퍼지면 어떻게 되는지, 저도 2017년 국내 코인 붐 때 실감했습니다. 그 파장이 지금 영국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 크리스가 2011년 매수한 비트코인 61개, 개당 약 4만 4천 원 → 2025년 총 60억 원 회수
- 법적 근거: 은행 송금 명세서 하나로 법원 확정 판결 획득
- 인터상고 지갑에 잔존 비트코인 추정 5,700억 원 이상 — 추가 청구 가능성 존재
- 영국 성인 디지털 자산 보유자: 2022년 500만 → 2024년 700만 명 돌파
정치후원금이 바꾸는 영국 디지털 자산 정책
코인베이스가 영국을 겨냥해 만든 광고 "Everything is Fine"을 찾아서 봤습니다. 한 중년 남성이 천장이 무너지고 실직을 당하는 와중에도 뮤지컬처럼 "다 괜찮아"를 부르다가, 마지막에 "모든 게 괜찮다면 아무것도 바꾸지 마십시오"라는 문구로 끝납니다. 영국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인데, 솔직히 이 광고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일 수 있다는 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예상 밖인 건 영국 상원의 반응이었습니다. 최근 영국 상원은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전략을 두고 "야망만 있고 전략은 없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면서 191대 138의 표결로 "영국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 국가 전략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가 전략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라는 건, 그동안 얼마나 중구난방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나 파운드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와 같은 법안을 이미 추진 중인데, 전 영국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작년 여름 기고문에서 "영국이 이 흐름에 합류하지 않으면 파운드화는 글로벌 금융의 조연조차 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당시 오스본이 코인베이스의 자문위원장 직책을 맡고 있었던 건 걸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상원이 올해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결과적으로 그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셈입니다(출처: 영국 의회(UK Parliament)).
제가 이 흐름에서 가장 눈여겨본 건 2025년 9월 12일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비트맥스(BitMEX) 공동창업자 벤 델로가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영국 개혁당에 650억 원을 후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음 날 테더(Tether) 지분 14%를 보유한 크리스토퍼 하몬이 같은 금액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기고했습니다. 24시간 만에 1,300억 원이 모인 것입니다. 이 숫자가 왜 의미 있냐 하면, 2024년 영국 모든 정당이 거둔 정치후원금 총합보다 많은 액수이기 때문입니다.
슈퍼팩(Super PAC)이라는 개념을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슈퍼팩이란 특정 후보나 정당에 간접적으로 무제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미국식 정치자금 조직을 뜻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 업계가 슈퍼팩을 통해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의원들을 낙선시키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이걸 영국 정치인들이 뉴스로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눈앞에서 목격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 정치인들이 진짜로 움직이는 건 뉴스를 볼 때가 아니라 돈의 흐름이 바뀌는 걸 직접 볼 때입니다. 그 임계점을 이번 사건이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영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 속도는 이제 기술 발전이나 경제 논리보다 선거 자금의 논리에 더 가깝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029년 예정된 총선, 혹은 그 이전의 조기 총선 일정이 영국 크립토 시장의 변수가 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크리스처럼 오래전에 거래소가 사라진 경우 비트코인을 정말 되찾을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은행 계좌 송금 명세서나 가입·거래 확인 이메일 같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고, 해당 거래소의 비트코인 지갑이 블록체인 트래킹 기술로 추적 가능한 상태여야 합니다. 거래소가 완전히 소멸하더라도 블록체인 자체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기록이 있으면 법적 청구 경로를 밟을 수 있습니다.
Q. 영국이 디지털 자산 강국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뒤처져 있다는 게 맞나요?
A.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가 큽니다. 영국 상원 스스로 "야망만 있고 전략은 없다"고 인정했고, 재무부·영란은행·각 부처 위원회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지니어스 액트 같은 통합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국은 아직 통일된 국가 전략 수립 자체를 의무화하는 법안조차 하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영국 개혁당에 1,300억 원이 들어간 게 실제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A.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 업계의 슈퍼팩이 반(反)크립토 성향 상원의원을 낙선시킨 사례가 실제로 있었고, 그 흐름을 영국 정치권도 이미 인지하고 있습니다. 선거 자금이 정치 의제를 움직이는 건 어느 민주주의 국가나 마찬가지여서, 영국 총선 전후로 친디지털 자산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Q. 코인베이스의 "Everything is Fine" 광고가 영국 TV에서 금지된 게 사실인가요?
A. 코인베이스 측은 금지됐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이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이 맞든, 광고가 영국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과 경제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고, 그 논란 자체가 영국 내 디지털 자산 관심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저는 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영국을 단순한 "침체 국가"나 "크립토 후발 주자"로만 보면 놓치는 게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크리스 사건은 평범한 사람도 비트코인 시장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됐고, 1,300억 원의 정치 후원금은 영국 정치권이 디지털 자산 업계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두 사건이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터진 점이, 우연이라기엔 너무 밀도가 높습니다.
디지털 자산 투자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이제 영국 총선 일정과 주요 정당의 크립토 정책 입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029년 총선 전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영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 환경이 급격히 바뀔 수 있는 변수가 됩니다. 이 흐름을 미리 읽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