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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금융 재정의 (이더리움, RWA, 하이퍼리퀴드)

by themorethebetter 2026. 6. 13.

이더리움 가격이 고점 대비 67% 하락하면서 온체인 금융 자체에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더리움 가격 약세가 온체인 금융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온체인 금융의 역할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온체인 금융 재정의
온체인 금융 재정의


이더리움 가치 축적 구조의 균열

이더리움에 대한 기존의 투자 내러티브는 매우 단순하고 설득력 있는 구조였습니다. RWA,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같은 온체인 금융이 모두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고, 온체인 활동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쌓이고 스테이킹 수익이 생기며 결국 이더리움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축적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가 이더리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배경도 바로 이 구조에 기반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지고 RWA이 커지고 월가의 금융 상품이 토큰화되면 이더리움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논리는 표면적으로 충분히 타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내러티브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었습니다. 담보도 온체인에 있고, 청산도 스마트 컨트랙트가 하고, 리스크 관리도 모든 것이 코드로 처리된다는 전제입니다. 즉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산 보관, 청산, 리스크 관리까지 모두 담당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코드가 곧 신뢰이고 인프라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지금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온체인 해킹 손실이 8억 달러를 넘어섰고, 전년 동기 대비 해킹 건수도 70% 증가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의 등장으로 공격 비용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의 치명적인 취약점을 찾는 비용이 현재 약 2달러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격 비용은 극도로 낮아진 반면 방어 비용은 높아진 상황에서, 수억 달러,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관 자금이 코드만 믿고 온체인에 자산을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 결과 기관 자금은 자산 보관과 리스크 관리를 연방 인가를 받은 커스터디 업체인 앵커리지와 같은 규제 인프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네트워크는 담보를 직접 보관하는 수탁 인프라에서 원장과 정산 레일로 역할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온체인 활동이 늘어도 그 가치가 전부 이더리움 네트워크 토큰에 쌓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치의 일부는 토큰화 플랫폼으로, 일부는 커스터디 사업자에게, 또 다른 가치는 자산 운용사와 유통 채널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더리움 가격은 고점 대비 67% 하락했지만, 온체인 RWA 총액은 18개월 전 156억 달러에서 310억 달러로 거의 두 배 성장했습니다. 이더리움 가격 약세가 온체인 금융 수요의 소멸이 아니라, 가치가 쌓이는 지점이 이더리움 토큰에서 금융 상품과 유통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RWA 인바운드 유통과 50대 50 금융 구조

온체인 금융의 역할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인바운드 유통입니다. 기존에는 크립토 자산이 전통 금융 시장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주를 이뤘습니다. 비트코인 ETF가 만들어지고, 크립토 자산이 기존 금융 시장 안에 있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중요한 흐름은 그 반대입니다. 전통 금융 상품이 온체인으로 들어오는 구조, 즉 인바운드 유통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채, 머니마켓 펀드, 사모신용 같은 전통 금융 상품들이 토큰화되어 온체인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됩니다. 블랙록의 BUIDL이나 프랭클린 템플턴의 온체인 머니마켓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넣으면 기존 금융 상품에 익스포저가 생기고, 그 자산을 온체인에서 담보로 활용해 추가 운용까지 가능한 구조입니다. 아폴로는 센트리퓨즈, 메이플, 골드핀치, 플룸 같은 토큰화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의 펀드 수익 증권을 토큰화하여 유통시키고 있으며, 이 유통의 근간이 되는 것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입니다.

 

또한 RWA 담보 대출 구조도 주목할 만합니다. RWA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재투자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퍼블릭 네트워크의 중립성과 안정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결제 흐름이 중간에 끊기거나 네트워크가 작동을 멈추면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50대 50 구조의 본질입니다. 자산은 전통 금융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유통, 접근, 결제, 정산은 온체인에서 일어납니다. 전통 기관들은 신뢰 높은 상품을 만들고 규제를 준수하며 커스터디를 제공하고, 이더리움 같은 네트워크는 그 상품을 국경 없이 유통시키고 24시간 정산하며 여러 앱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온체인이 모든 금융을 직접 처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전통 금융 상품을 더 빠르고 넓게 유통시키는 레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플룸, 이더파이, 온도, 센트리퓨즈 같은 프로젝트들이 스테이블코인과 RWA를 연결하며 이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레일이고 RWA는 수익 자산입니다. 이 둘이 온체인에서 연결될 때 훨씬 더 현실적이고 활용성 높은 금융 구조가 완성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100% 온체인 리스크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산 보관, 법적 구조, 규제 준수는 전통 금융 시장 안에서 이뤄지고, 블록체인은 유통 및 결제 레일로만 기능합니다.


하이퍼리퀴드가 보여주는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의 미래

온체인 금융이 재정의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하이퍼리퀴드입니다. 하이퍼리퀴드는 현재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장 깊고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거래소입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변화는 이 유동성을 규제권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칼시를 비롯한 미국 규제 거래소와 앱들이 자체 오더북을 구축하는 대신 하이퍼리퀴드의 빌더 코드를 통해 유동성을 빌려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는 자신들의 브랜드와 화면을 보여주지만, 실제 백엔드에서는 하이퍼리퀴드의 유동성과 정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하이퍼리퀴드의 빌더 코드를 통해 서드 파티에 분배된 누적 수수료는 4천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일간 활성 사용자 중 약 40%가 이러한 서드 파티 프론트엔드를 통해 거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온체인 거래소가 단순히 개인 트레이더가 사용하는 소비자 앱에서 규제권 사업자가 연결하여 활용하는 B2B 백엔드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코인베이스가 에어로드롬이라는 디앱을 연결해 디파이 유동성을 활용했던 것처럼, 이제 하이퍼리퀴드의 유동성이 미국의 IT 테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국면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유동성은 온체인에서 빌리고, 신뢰와 고객 접점은 규제권 사업자들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이 변화는 온체인 금융의 본질적인 강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이더리움 같은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본질은 중립성입니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접근 가능하며 국경 없이 작동하고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다는 특성은, 모든 금융을 온체인에서 직접 처리할 때보다 금융 상품의 글로벌 유통 레일로 활용될 때 오히려 그 장점이 더 강하게 발휘됩니다.

 

SEC와 CFTC가 크립토 자산을 증권이 아닌 커머디티로 분류하고 온체인 금융을 제도권화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규제가 장벽이었지만, 이제는 온체인 금융과 전통 금융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인프라 자체가 가치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나고, 그 인프라를 활용하여 전통 금융의 상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들이 훨씬 더 큰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보입니다.


온체인 금융은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이더리움 가격의 하락을 보며 실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가격만으로 온체인 금융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RWA 총액이 두 배로 성장하고 하이퍼리퀴드 유동성이 규제 사업자들의 백엔드가 되는 지금, 중요한 질문은 "온체인 금융이 살아남는가"가 아니라 "가치가 어디에 쌓이고 있는가"입니다. 전통 금융과 협업하며 제도권에 편입되는 50대 50 구조야말로 온체인 금융의 현실적인 미래입니다.


출처: https://youtu.be/CQjXMrTKa5I?si=AAvUz_W1oQGCPg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