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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냉각 기술 (친환경냉각, 소재경쟁, 한국재료연구원)

themorethebetter 2026. 7. 5. 10:59

목차


    솔직히 저는 에어컨이 '가스로 돌아간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 가스 1kg이 이산화탄소 1,400kg에 맞먹는 온난화 효과를 낸다는 건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그 가스를 통째로 없애버리는 기술, 자기냉각(Magnetic Cooling)이 이미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 경쟁에서 한국이 맨 앞줄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흔한 자석이 에어컨 실외기를 없앨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자기냉각 기술 (친환경냉각, 소재경쟁, 한국재료연구원)
    자기냉각 기술 (친환경냉각, 소재경쟁, 한국재료연구원)

     

    자기 냉각 기술, 친환경

    여러분은 에어컨을 켤 때 죄책감 같은 걸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없었습니다. 그냥 더우니까 켜는 거였죠. 그런데 에어컨 속 냉매(Refrigerant), 즉 기계 안을 순환하며 차가움을 만들어내는 가스가 공기 중으로 새어 나갈 경우, 이산화탄소의 최대 1,400배에 달하는 온난화 효과를 낸다는 수치를 접하고 나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기본 원리는 1902년 미국이 처음 만든 방식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가스를 압축하면 뜨거워지고, 팽창시키면 차가워지는 원리입니다. 자전거 펌프를 오래 누르면 아래쪽이 따뜻해지는 바로 그 현상이죠. 100년 넘게 써온 방식인데, 이제 국제 사회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 키갈리 개정안에 따르면, 2030년 이후에는 HFC, HCFC 등 주요 가스 냉매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HFC(수소불화탄소)란 오존층은 파괴하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합성 냉매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단계적 감축을 시작해 2045년까지 80%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출처: UNEP 몬트리올 의정서). 제가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생각보다 타임라인이 빠르다는 사실이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바로 이 막다른 골목에서 자기열량효과(Magnetocaloric Effect)를 이용한 냉각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열량효과란 특정 금속에 강한 자기장을 가하면 온도가 올라가고, 자기장을 제거하면 주변 열을 흡수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금속 내부의 작은 자기 모멘트들이 자기장에 반응해 정렬되면서 열을 방출하고, 다시 흩어지면서 열을 흡수하는 원리입니다. 가스도, 압축기도, 실외기도 필요 없습니다.

    문제는 한 번의 사이클에서 온도가 고작 2~3도밖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냉장고를 영하까지 내리려면 이 과정을 여러 단계로 쌓아야 하는데, 이를 다단 적층 구조라고 부릅니다. 릴레이 경주처럼 차가움의 바통을 다음 소재로 넘겨주는 방식이죠.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제품화한 건 독일의 스타트업 마그노썸(Magnotherm)이었습니다. 2023년 세계 최초의 자석 음료 냉장고 '폴라리스'를 출시했고, 코카콜라가 첫 물량 50대를 구매했습니다. 이후 슈퍼마켓 매장용 냉장고 '이클립스'를 실제 매장에 설치해 기존 대비 전기를 15% 절약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 가스 냉매(HFC) 규제: 2030년 이후 생산·사용 전면 금지 예정
    • 냉매 1kg 누출 시 이산화탄소 1,400kg 상당의 온난화 효과 발생
    • 자기열량효과: 자기장 인가·제거만으로 고체 냉매의 온도 변화 유도
    • 독일 마그노썸, 2023년 세계 최초 자석 냉장고 상용화 및 슈퍼마켓 실증
    요약: 냉매 규제 강화로 100년 된 압축식 냉각이 한계에 부딪혔고, 가스 없이 자석만으로 냉각하는 자기열량효과 기술이 독일에서 최초 상용화되며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진짜 승부처는 소재

    독일이 냉장고를 먼저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저도 "역시 이런 건 독일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의 승부처가 완제품 조립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핵심은 냉각의 심장, 즉 자기냉각 소재입니다.

    처음 주목받은 소재는 가돌리늄(Gadolinium)이라는 희토류 금속입니다. 자기열량 성능이 뛰어나지만, 순도 높은 가돌리늄은 1kg에 수백 달러를 넘습니다. 게다가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란 전자기기와 에너지 장비에 필수적이지만 추출이 까다로운 금속군을 말하는데, 그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중국이 희토류 7종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바로 그 목록에 가돌리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공급망 리스크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변수가 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주목한 대안이 란탄(La)과 철(Fe)을 섞은 합금 소재, 이른바 La-Fe계 합금입니다. 란탄은 같은 희토류라도 비교적 매장량이 많아 1kg에 1달러 미만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가돌리늄과 비교하면 수백 배 저렴한 셈이죠. 그런데 이 소재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세라믹처럼 잘 깨지고, 가공 과정에서 냉각 성능이 절반 가까이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벽 앞에서 미국도, 일본도, 냉장고를 먼저 만든 독일조차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푼 곳이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한국재료연구원(KIMS)입니다. 2025년 9월, 김종우 박사팀과 신다슬 박사팀이 국내 최초로 소재-부품-모듈 전주기 자기냉각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한국재료연구원). 연구팀은 La계 합금을 두께 0.5mm의 대면적 박판으로 뽑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서지기 쉬운 소재를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면, 열을 주고받는 접촉 면적이 넓어져 냉각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장작을 통째로 두는 것보다 얇게 쪼개야 불이 잘 붙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공정에서 부품 단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발현시켰고,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Rare Metals(IF 11.0)에 2025년 5월 게재됐습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 기술의 응용 범위입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에어컨이나 냉장고보다 훨씬 큰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AI 데이터 센터는 수많은 서버가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해 현재 강물이 마를 정도의 냉각수를 소비합니다. 자기냉각은 물 한 방울 없이 자기장만으로 이 열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를 액화하려면 영하 253도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2025년 독일 연구진이 La-Fe계 소재를 활용한 수소 자기냉각 시설을 유럽 최초로 가동했습니다. 결국 냉장고, 에어컨, 데이터 센터, 수소 액화, 이 모든 분야가 하나의 소재 경쟁으로 수렴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한국재료연구원이 그 소재 경쟁에서 앞서 있고, 삼성과 LG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생산 기반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소재를 뚫는 국가 연구소와 이를 제품으로 쏟아낼 대기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나라,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약: 자기냉각의 진짜 경쟁은 완제품이 아닌 소재에 있으며, 한국재료연구원이 La-Fe계 박판 제조 기술로 이 벽을 돌파해 냉장고·데이터 센터·수소 액화를 아우르는 소재 경쟁의 선두에 섰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기냉각 기술, 지금 당장 가정용 에어컨에 쓸 수 있나요?

    A.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입니다. 독일 마그노썸이 음료 냉장고 수준에서 실증에 성공했지만, 가정용 에어컨에 적용하려면 소재 대량 생산 기술과 단가 절감이 더 필요합니다. 현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Q. 자기냉각 에어컨이 되면 실외기가 정말 없어지나요?

    A. 자기냉각 방식은 압축기와 가스 냉매가 필요 없기 때문에 현재 실외기가 담당하는 기능 자체가 사라집니다. 소음과 열섬 현상, 과열 화재 위험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방열 설계 방식은 기술 구현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완전히 사라지는 형태가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Q. 한국재료연구원이 개발한 소재가 중국 희토류 의존에서 자유로운가요?

    A. 현재 주력 소재인 La-Fe계 합금은 란탄을 사용하는데, 란탄 역시 중국 공급 비중이 높습니다. 다만 가돌리늄보다 훨씬 저렴하고 대체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희토류를 전혀 쓰지 않는 Mn계(망간) 소재 연구도 병행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Q. 자기냉각이 전기요금 절감에도 도움이 되나요?

    A. 독일 마그노썸의 슈퍼마켓 실증 결과에서 기존 냉장고 대비 15% 전력 절감이 확인됐습니다. 자기냉각은 압축기 대신 자석 회전 메커니즘을 쓰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효율이 높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모든 조건에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고, 기술이 성숙될수록 효율 지표는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제가 처음 자기냉각 기술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게 진짜 되는 기술인가'라는 의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이미 슈퍼마켓 냉장고로 실증됐고, 한국재료연구원이 그 핵심 소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재 단가를 더 낮춰야 하고, 대량 생산 기술도 완성해야 하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 동안 가스를 뿌려 더위를 식히던 방식에서, 자석 하나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전환점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에 에어컨 실외기 소리가 안들리거든, 오늘을 한번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그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5tIq4B2E8VU?si=59pyH7lc-VxaDM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