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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중국 로봇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과장이 좀 섞였겠지"라고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전 쇼핑몰 1층에서 5천만 원짜리 격투 휴머노이드를 직접 조종해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26년 8월, 유니트리 IPO와 베이징 세계로봇대회가 있었고 그 주는 중국 로봇 산업이 '보여주기'에서 '산업 현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었습니다.

유니트리 IPO, 하루 만에 12조가 70조 됐다
8월 19일,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상하이 커창판에 상장했습니다. 커창판이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기술주 특화 증권시장인데, 상장 후 5거래일 동안 가격 제한폭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모가는 주당 150.8위안, 우리 돈으로 약 3만 1천 원이었는데 장이 열리자마자 1,100위안까지 치솟았습니다. 629% 상승입니다.
하루 만에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12조 원짜리가 시가총액 92조 원을 찍었습니다. 청약 당첨률은 0.018%로, 중국 증시 역사상 가장 낮은 기록이었습니다. 다음 날 18.7% 급락했고, 첫 주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포브스(Forbes)가 분석한 주가수익비율(PER)이 1,300배에 육박했습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시장이 그 기업의 미래 성장에 얼마나 기대를 거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실제 매출 구조를 보면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매출의 73%가 대학 연구실이나 교육기관 납품입니다. 실제 제조 라인에 투입되는 비율은 전체의 3~4%에 불과합니다. 지금 이 회사는 로봇을 파는 회사라기보다 '로봇 연구 도구'를 파는 회사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돈이 몰린 건 결국 미래 산업 현장 투입에 대한 기대값 때문입니다.
상장 속도도 눈에 띄었습니다. 3월 20일 접수에서 최종 등록 승인까지 103일, 승인 이후 실제 상장까지 합치면 5개월이 채 안 걸렸습니다. 중국이 커창판 개편 때 도입한 사전 심사 제도 덕분인데, 기술 기업이 정식 공개 전에 거래소와 비공개로 서류를 사전 정비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경쟁사에 핵심 기술이나 거래처 정보가 노출되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겁니다. IPO 다음 날 주가가 18% 넘게 빠진 건 창업자 왕싱싱(Wang Xingxing)이 베이징 로봇 박람회에서 "구현지능의 챗GPT 모먼트는 아직 오지 않았고,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발언한 영향이 컸습니다. 상장 직후에 너무 솔직한 말을 한 셈이었습니다.
- 공모가 150.8위안 → 장중 최고 1,100위안 (629% 상승)
- 시가총액 최고치 92조 원, 공모가 기준 12조 원에서 하루 만에 급등
- 청약 당첨률 0.018%, 중국 증시 역사상 최저
- 매출의 73%는 연구·교육용, 제조 라인 투입은 3~4%
- IPO 조달금의 48%를 로봇 두뇌(AI 모델) 연구에 배정
베이징 로봇대회, 우사인 볼트를 넘은 9.39초
같은 날 베이징에서는 세계로봇대회(WRC)가 개막했습니다. 전시 면적 55,000㎡, 참가 기업 300개, 전시품 2,000~3,000점으로 작년보다 참가 기업이 36% 늘었습니다. 이름은 '세계' 대회지만, 실제로는 중국 기업 중심이었고 미국 기업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Figure) 같은 미국 대표 주자들이 베이징까지 기술을 공개하러 올 이유가 없기도 했겠지만, 미국이 올해 7월 외국산 휴머노이드 수입을 제한하고 미 국방부가 유니트리 모기업을 중국 연계 기업 명단에 올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로봇 시장도 AI처럼 중국 리그와 미국 리그로 나뉘는 흐름이 보입니다.
올해 대회의 주제어는 '인간과 기계의 공생, 산업과 수요의 융합'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엔터테인먼트'가 키워드였다면, 이번엔 국유 기업 48곳이 연합 전시관을 처음으로 꾸렸습니다. 중국 공공 기업들이 로봇을 실제 작업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갤(Galbot) 부스에선 로봇이 토스트를 굽고 빨래를 개고, 유비테크(UBTech)는 자동차 공장 라인을 통째로 옮겨와 시연했습니다. 셔츠 한 장 개다가 실패하는 로봇도 있었고, 로봇 결혼식 시연에서 신랑 신부 동작이 어긋나 멈추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솔직했습니다.
제가 정말 멈칫했던 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나온 100m 달리기 기록이었습니다. 아너(Honor)에서 만든 로봇 '탱구 울트라'가 9.39초를 기록했는데, 이건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세운 세계 기록 9.58초보다 빠른 수치입니다(출처: World Athletics 공식 기록). 더 인상적인 건 작년 1회 대회 최고 기록이 21.50초였다는 사실입니다. 1년 만에 절반 이상을 줄였습니다. 이번 대회부터는 100m 달리기에 원격 조종이 금지되어, 스타트 이후 완전 자율 주행으로만 뛰어야 했습니다.
탱구 울트라를 만든 아너는 원래 스마트폰 제조사입니다. 폰 배터리와 냉각 기술을 개발하던 회사가 그 기술을 그대로 확장해 관절 하나에 400뉴턴미터(Nm)의 토크를 구현했습니다. 400Nm란 아우디 중형 SUV 엔진이 내는 최대 토크와 맞먹는 수치로, 그 힘이 관절 하나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쌓인 초소형 고출력 부품 기술이 로봇으로 자연스럽게 이식된 사례인데, 이 부분이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습니다.
선전 체험기, 쇼핑몰에서 격투 로봇 직접 조종
제가 직접 선전에서 경험한 것들을 얘기하지 않으면 이 글이 반쪽짜리가 됩니다. 선전에서 로봇을 직접 조종할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하얼빈공업대학에서 유니트리 G1, 두 번째는 쇼핑몰 매장에서 엔진AI(Engine AI) 격투 로봇이었습니다.
하얼빈공업대학에서 제가 부러웠던 건 로봇 자체가 아니라 환경이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유니트리 로봇 여러 대를 아무렇지 않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고장나도 대체할 로봇이 있으니 마음껏 굴릴 수 있는 겁니다. 게임패드처럼 생긴 컨트롤러에는 버튼마다 동작이 매핑되어 있었는데, 박수·악수·손 흔들기·발차기 같은 동작들이 각 버튼에 할당되어 있었습니다. 키 120cm 전후의 G1이 발차기를 하다가 휘청거려도 끝까지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는 걸 보면서 "기술이 많이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쇼핑몰에서 경험이 더 강렬했습니다.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 1층에 로봇 매장들이 쭉 들어서 있었는데, 그중 엔진AI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키 170~175cm, 몸무게 75kg, 성인 남성과 같은 체격의 격투 휴머노이드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컨트롤러 버튼을 꾹 누르고 30초쯤 기다렸더니 그 로봇이 스트리트파이터 특수기처럼 기를 모으고 강렬한 발차기를 날렸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거 한 대 맞으면 뼈 부러지겠다"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습니다.
가격을 물었더니 5천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1~2년 전만 해도 비슷한 성능의 로봇이 몇억 대였는데, 이미 쇼핑몰에서 6만 원 내고 15분 체험을 팔고 있는 나라가 지금의 중국입니다. 선전은 피지컬 AI(Physical AI) 관점에서도 앞서 있었습니다. 피지컬 AI란 AI가 소프트웨어 안에 머무르지 않고 로봇·드론·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몸체를 가지고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기술을 통칭합니다.
포니AI(Pony.ai)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는 앱으로 부르는데, 여러 대 중 내 차를 구별하도록 지붕 색깔이나 번호판 LCD 문구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습니다. 신호 대기 중에 차 안 화면에 신호등 남은 초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쌌습니다(출처: Pony.ai 공식 사이트). 포니AI는 올해 2월 선전에서 차량 한 대 단위로 손익분기를 넘겼다고 발표했는데, 로보택시 100대를 운영하는 데 인력이 세 명이면 된다는 구조입니다. 메이투안(Meituan) 드론 배달도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 상용화 단계였습니다. 공원 한가운데 전화부스보다 약간 큰 드론 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제가 KFC 치킨너겟을 주문하자 라이더가 드론 스테이션에 물건을 넣고, 드론이 공원 스테이션까지 배달했습니다. 이미 여의도 같은 업무지구에도 스테이션이 서너 개 설치되어 아침 출근길에 커피와 빵을 드론으로 받는 게 일상이라고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니트리 로봇은 지금 실제 공장에서 쓰이고 있나요?
A. 아직은 아닙니다. 매출의 73%가 대학 연구실과 교육기관 납품이고, 실제 제조 라인 투입 비율은 3~4%에 불과합니다. 창업자 본인도 "구현지능의 챗GPT 모먼트가 오려면 최대 10년 걸릴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지금은 몸은 만들었지만 두뇌를 개발하는 단계로, IPO 조달금의 48%를 AI 모델 연구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Q. 로봇 100m 달리기 9.39초, 실제로 공정한 기록인가요?
A. 완벽한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결승선 이후에도 멈추지 못하고 벽에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고, 일부 로봇은 달리다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 원격 조종이 금지되어 출발 이후 완전 자율로 뛰었고, 작년 최고 기록 21.50초에서 1년 만에 절반 이상 줄인 속도 자체가 핵심입니다.
Q. 선전 쇼핑몰 로봇 체험, 일반 관광객도 할 수 있나요?
A. 제가 직접 해봤는데, 6만 원 정도를 내면 15분 체험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별도 예약 없이 매장에 들어가서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매장 위치나 운영 방식은 바뀔 수 있으니 현지에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Q. 한국은 중국 로봇 산업과 비교해 어디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세 가지가 핵심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국내 제조업 공장에 이미 쌓인 데이터 자산을 로봇 두뇌 학습에 빠르게 활용하는 것, 둘째는 HBM처럼 피지컬 AI 공급망에서 병목이 될 핵심 부품에 집중 투자하는 것, 셋째는 로봇을 마음껏 굴려볼 수 있는 환경에서 엔지니어 인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결론
선전에서 돌아온 뒤 제가 계속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얼빈공업대학 대학원생들이 유니트리 로봇을 아무렇지 않게 여러 대 동시에 굴리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원은 로봇 한 대에 수십 명이 소중히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고장나면 대체할 게 없으니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중국 로봇들은 전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게 오히려 기술 발전의 속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유니트리 IPO가 보여준 건 단순한 주가 급등이 아니었습니다. 국가가 기술 기업의 자본 시장 진입 속도 자체를 조율하고, 공공 기업들이 구매자로 나서고,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속도를 포기하지 않는 생태계입니다. 피지컬 AI의 챗GPT 모먼트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 순간을 준비하는 속도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