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상원 은행위원회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코인 시장이 꽤 반응해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클레리티(CLARITY) 법안이 통과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여럿 남아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 통과, 숫자가 말해주는 것
15대 9. 이 숫자를 압도적이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좀 긴장됐습니다. 공화당 13명 전원이 찬성했지만, 민주당에서는 11명 중 단 2명만 손을 들었거든요. 2명이라도 찬성했다는 게 희망적이라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 기준으로 보면 이 숫자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클레리티 법안의 핵심은 규제 명확성(Regulatory Clarity)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가상자산이 증권(Security)에 해당하는지, 어떤 자산이 상품(Commodity)으로 분류되는지를 법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기준이 없다보니 코인 개발자들이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느 쪽 규제를 따라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개발사들이 규제 리스크를 피해 미국을 떠나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이게 법안을 서두르게 된 가장 큰 배경입니다.
이번 위원회 통과에서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건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 이자 문제에서 결국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달러처럼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킨 암호화폐를 뜻합니다. 단순히 보유만 하는 스테이블 코인에는 이자가 붙지 않지만, 스테이킹(Staking)이나 트레이딩을 통해 운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타협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테이킹이란 보유한 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해 검증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입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아쉽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양보했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본회의까지 남은 단계,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상원 은행위원회 통과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이 법안이 거쳐야 할 단계를 보면 이렇습니다.
상원 농업위원회에서 별도로 통과된 클레리티 법안 내용과 은행위 통과안을 병합하는 작업 (수주 소요 예상)
두 안을 합친 최종안으로 상원 본회의 토론 및 표결 (여름 중후반 예상)
본회의 통과 시 하원 재동의 절차 (하원은 이미 한 차례 통과시킨 이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할 전망)
대통령 서명 (2026년 가을 예상, 단 행정부 목표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전)
신시아 루미스 의원과 암호화폐 업계, 백악관 모두 7월 4일 이전 통과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의회 휴회 일정과 2026년 중간선거 변수가 겹치면서 일정이 크게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관련 예측 시장을 찾아봤을 때,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클레리티 법안이 2026년 안에 통과될 확률은 한때 75%까지 올랐다가 현재 56%대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클레리티 법안이 암호화폐 산업의 핵심 열쇠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칼시(Kalshi)의 예측을 보면, 암호화폐 시장 구조 관련 법안이 7월 이전에 통과될 확률은 23%, 8월 이전에는 59%, 2026년 안에는 70%로 나옵니다. 긍정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7월 4일 전 통과를 확신하기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6월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7월 11일부터 8월 9일 사이의 회기에서나 가능할 것이고, 그 이후로 밀리면 중간선거 변수까지 얽히는 만큼 상황이 꽤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디파이 조항, 이것이 왜 리스크인가
본회의에서 쟁점이 될 항목이 여럿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디파이(DeFi) 개발자 보호 조항 삭제가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투표 전날까지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타협 과정에서 이 조항이 통째로 빠져버렸습니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란 탈중앙화 금융을 뜻합니다. 은행 같은 중개기관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로, 유니스왑이나 에이브 같은 프로토콜이 대표적입니다. 원래 신시아 루미스 의원 법안에는 디파이 개발자들이 자금을 수탁하거나 코인을 관리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일단 제외하고 나중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조항이 없는 채로 법이 확정되면 디파이 생태계 관련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법적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본회의에서 다뤄질 쟁점들을 보면, 이해 충돌 윤리 조항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란 법안을 다루는 정치인이나 관계자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공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을 뜻합니다. 트럼프 일가의 코인 사업과 이 법안이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부분은 명확하게 정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권 익스포저(Bank Exposure) 문제, 즉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에 어느 범위까지 투자하고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도 본회의에서 충돌이 예상됩니다.
본회의 표결에서는 슈퍼 과반수(Super Majority), 즉 전체 100석 중 6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공화당 의석이 53석이니 민주당에서 최소 7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위원회 투표 기준으로 2명뿐입니다. 5명을 더 설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클레리티 법안은 분명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아직 결승선이 아닙니다. 저는 이 법안의 최종 통과 가능성 자체보다 언제, 어떤 내용으로 통과되느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파이 조항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본회의에서 민주당 7표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7월 4일이라는 데드라인이 의식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떤 내용이 담긴 법안이 나오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