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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큰화"라고 하면 '모나리자 그림을 여러 사람이 쪼개서 살 수 있다' 정도로만 이해했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에 활용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오늘은 토큰화와 예측시장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토큰화 경제 (스테이블코인, 예측시장, RWA)
    토큰화 경제 (스테이블코인, 예측시장, RWA)

    토큰화 경제, 스테이블코인

    무역을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수출입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 데 며칠씩 걸린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은행 간 전신환 송금, 즉 SWIFT망을 통하면 최소 2~3일, 주말이 끼거나 중간 환전 단계가 많으면 일주일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환율이 흔들리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게 고스란히 리스크가 됩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나 엔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출렁이지 않으니, 현실 자산 토큰화의 기축통화 역할을 스테이블코인이 맡게 된 것입니다. 실제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의 수입업자가 업비트에서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일본 수출업자에게 보내면 10초 안에 전송이 완료되고, 양쪽 거래소에서 각자 자국 통화로 환전하는 시간을 합쳐도 30분이면 끝납니다. 은행망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습니다. 거래소가 새로운 B2B 결제 거점이 되는 구조입니다. 무역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혁명적인지 바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온체인 금융 선언을 하고 로빈후드, 코인베이스와 협의 테이블을 열었다는 것은(출처: SEC 공식 사이트),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 기관들을 여러 차례 기소하거나 조사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입니다. 미국이 자본시장을 더 개방할수록 전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예측시장

    저는 처음에 폴리마켓(Polymarket)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스포츠 도박 플랫폼이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예측시장의 구조는 보험업의 재보험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것은 예상 밖의 연결고리입니다.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란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돈을 걸어 그 결과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분산형 플랫폼을 말합니다. 보험회사가 개인의 위험을 인수하고, 그 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고, 재보험사는 결국 도박사들과 위험을 상쇄하는 헤징(Hedging) 구조로 연결됩니다. 헤징이란 가격 변동이나 사건 발생으로 인한 손실을 반대 방향의 포지션으로 상쇄하는 위험 관리 기법입니다.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예측시장의 범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환율 및 주가지수 예측 시장
    • 특정 국가 정치 리스크 헤징 (예: 주요 인물의 신변 안전)
    •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 상쇄
    • 기업 실적이나 규제 변화에 대한 사전 가격 반영

    문제는 이 구조가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아프리카 특정 독재자의 사망에 돈을 거는 시장이 열린다고 생각해봅시다. 판이 커질수록 10만 원을 넣고 1,000억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고, 그렇게 되면 암살 동기가 금융 시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멘스레아(Mens Rea), 즉 범죄 의도의 인식이라는 법 개념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멘스레아란 행위자가 범죄 결과를 인식하고 의도했는지를 따지는 형사법상 주관적 요건입니다. 플랫폼 개발자가 빈칸에 이름만 입력하면 그 사람의 생사에 보험을 걸 수 있게 해 놓고 떠나버렸을 때, 그 개발자를 기소할 수 있느냐는 아직 아무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탈중앙화가 책임의 형태를 바꾸는 것인지, 아예 없애버리는 것인지 이 질문이 지금 법제도가 따라잡아야 할 가장 시급한 지점입니다. 저는 한국에도 환율이나 주가지수를 다루는 예측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도박 문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제도적인 울타리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RWA 토큰화

    RWA(Real World Assets), 즉 현실 자산 토큰화란 부동산, 원자재, 예술품, 지적재산권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 디지털 토큰 형태로 분할·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주문을 받아 반도체 공장 세 개를 더 지어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존 방식이라면 전환사채(CB)를 발행해야 합니다. 전환사채란 일정 조건이 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로,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이라는 리스크가 생깁니다. 반면 그 공장 세 개에 대해서만 토큰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와 충돌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삼성의 가전이나 갤럭시와 무관하게 엔비디아 수주 공장 딱 하나에만 집중 투자할 수 있습니다. 집합적으로 모든 걸 파악할 능력이 없어도 내가 아는 분야 하나에만 베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2014년 IBM이 중국 돼지를 토큰화한 사례는(출처: IBM 공식 블로그) 식품 안전을 위해 태어날 때부터 고유번호를 부여한 것인데, 이것이 결국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금융 혁신의 원형이 됩니다. 서플라이체인이란 원자재 조달부터 제품 완성, 소비자 전달까지의 공급 사슬 전체를 말합니다. 토큰화는 이 사슬의 시간축을 금융으로 메웁니다.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돼지가 도축되기도 전에 토큰이 유통되고 거래됩니다. 이를 상시 유동화라고 부릅니다. 사람을 토큰화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유소년 축구 선수가 자신의 미래 가치를 블록체인에 올려 크라우드펀딩처럼 자금을 모으고, 훗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10명 중 9명은 실패하더라도 한 명이 손흥민이 되면 투자자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인데, 저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1900년 맨해튼,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데 13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금융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술의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속도와 제도가 함께 가느냐입니다. 토큰화가 자본주의의 절정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고, 규제 없이 달려가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는 또 다른 방식의 붕괴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EjbXf2F8ocI?si=DZxYdvad5S869HW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