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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흘려들었습니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또 정치적인 이야기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건 정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2025년부터 태어난 아이에게 현금 1,000달러를 지급하고 지수 ETF를 강제로 사게 만드는 제도, 이름하여 트럼프 어카운트. 이게 왜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 투자 방식을 다시 점검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어카운트의 진짜 의도: 21세기 401K
트럼프 어카운트의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2025년 1월부터 2028년 12월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면 정부로부터 1,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만 원을 받습니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저비용 지수 ETF(Exchange Traded Fund)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ETF란 특정 주가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로, 개별 주식을 고를 필요 없이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레버리지는 안 되고, 비용이 높은 상품도 안 됩니다. 심지어 뭘 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디폴트 종목까지 지정해 뒀는데, 그게 바로 SPYM입니다. SPYM은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하나로, 거래 단위를 잘게 쪼개 접근성을 높인 상품입니다.
부모가 추가로 납입할 수도 있습니다.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넣을 수 있으니, 정부 지원금 150만 원과 합치면 연간 약 900만 원을 아이 명의로 운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단, 18세 이전에는 세금 혜택 없이 매도할 수 없습니다. 강제로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복지 정책처럼 보였는데, 제가 이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을 추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제도는 AI와 로봇의 확산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미국 정부가 이미 수년 전부터 고민해 온 흔적입니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20살이 됐을 때 일자리가 없다면, 그때 가서 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지금 1,000달러를 주고 20년간 복리로 불려놓는 편이 정부 입장에서도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건 복지가 아니라 비용 최적화입니다.
여기서 401K와의 연결고리가 보입니다. 401K란 1970년대 미국에서 도입된 확정 기여형 퇴직 연금 제도로, 직장인이 월급의 일부를 주식 시장에 강제 적립하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이 제도 덕분에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수십 년간 주식을 팔지 않은 채 보유했고, 시장은 그 자금을 바탕으로 장기 상승했습니다. 트럼프 어카운트가 이 구조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강제 매수, 강제 장기 보유,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수요 기반. 21세기 판 401K라고 불러도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미국 국민 전체가 주가 상승에 이해관계를 갖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빠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미국은 이제 집값이 아니라 주가가 올라야 되는 구조로 바뀐 겁니다. 이걸 미국 정부가 직접 설계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꽤 강력한 신호로 읽혔습니다(출처: 미국 사회보장청(SSA)).
- 정부 지원금: 출생 시 1,000달러(약 150만 원) 일시 지급
- 추가 납입: 연간 최대 5,000달러(약 750만 원)까지 부모 납입 가능
- 투자 조건: 저비용 지수 ETF만 허용, 레버리지 상품 불가
- 디폴트 종목: SPYM (S&P 500 추종 ETF)
- 매도 제한: 18세 이전 매도 시 세금 혜택 없음
한국판 대응 전략: 지수 투자와 절세 계좌 순서
이 제도를 알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나도 저렇게 하면 되겠다"였는데, 그 다음에 바로 "근데 우리나라는 뭘로 하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SPYM 같은 미국 상장 ETF를 무조건 사면된다고 생각했는데, 세금 혜택을 챙기려면 계좌 구조부터 설계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순서가 틀리면 절세 효과가 사라집니다.
소득이 있어서 세금을 내고 있다면, 투자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연금저축 계좌에 연간 600만 원까지 채웁니다. 연금저축이란 노후 대비 목적으로 설계된 세제 혜택 계좌로, 납입액의 일정 비율을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납부할 세금에서 직접 차감)로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넣는 순간 이미 수익이 일부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 혜택만 해도 상당한데, 저는 처음 몇 년간 이걸 제대로 활용 못 해서 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00만 원을 다 채웠다면, 다음은 IRP 계좌입니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란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 600만 원에 IRP 300만 원을 더하면 정확히 900만 원. 묘하게도 트럼프 어카운트의 연간 최대 납입 가능 금액과 거의 같은 숫자입니다.
이 900만 원을 다 채운 뒤에도 투자 여력이 남는다면, ISA 계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연간 2,00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계좌 내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합니다. 연금저축과 IRP가 세액공제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ISA는 투자 수익 자체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이 계좌들에서 투자할 종목은 국내 상장 미국 지수 ETF여야 합니다. 미국 직상장 ETF(SPYM, IVV, VTI 등)는 국내 절세 계좌에서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후보는 TIGER S&P 500, TIGER 나스닥100, KODEX S&P 500, KODEX 나스닥100 정도입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S&P 500이나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한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비율은 S&P 500과 나스닥을 절반씩 가져가는 방식이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성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싶을 때는 나스닥 비중을 높이는 쪽도 검토할 만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전략에서 핵심은 결국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입니다. 제가 수치를 직접 계산해봤을 때, 2,000만 원을 S&P 500과 나스닥에 반반 넣고 30년을 그냥 두면 합산 기대치가 2억 5,000만 원에 가까워집니다. 미국 정부가 18세 이전 매도를 막아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대한 오래 손을 묶어 놓아야 복리(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트럼프 어카운트는 미국 시민권자만 해당되나요?
A. 현재 공개된 내용 기준으로는 2025년 1월부터 2028년 12월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대상입니다. 시민권이나 영주권 조건 등 세부 자격 요건은 정책 시행 과정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접 해당되시는 분은 최신 공식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거주자에게는 직접 적용되지 않지만, 같은 구조를 국내 절세 계좌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SPYM이 디폴트 종목인데, 다른 ETF는 살 수 없나요?
A. 다른 종목도 살 수 있습니다. IVV나 VTI 같은 저비용 지수 ETF라면 선택 가능합니다. 다만 아무것도 고르지 않은 채 기본값으로 두면 SPYM이 자동 매수되는 구조입니다. 사실 SPYM을 그냥 가져가도 크게 문제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저는 어떤 저비용 지수 ETF든 20~30년 보유라는 조건이 훨씬 더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Q. 연금저축과 IRP, 어느 게 더 유리한가요?
A. 세액공제 혜택만 놓고 보면 두 계좌를 합산해서 연간 900만 원 한도를 채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연금저축은 ETF 종목 선택의 자유도가 높고 중도 인출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IRP는 납입 가능 한도를 추가로 확보해 세액공제를 더 받고 싶을 때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Q. S&P 500과 나스닥 100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나요?
A. 정답은 없습니다. S&P 500이 더 분산되어 있어 변동성이 낮고, 나스닥 100은 기술주 비중이 높아 장기 수익률 기대치가 높지만 단기 낙폭도 큰 편입니다. 반반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무난하다는 의견이 많고, 저는 조정 장세에서 나스닥이 급락할 때 버틸 수 있는 멘탈이 되는지를 먼저 점검해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트럼프 어카운트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냥 미국 정치 뉴스 정도로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제도의 설계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이건 AI와 로봇 시대에 미국 정부가 수년간 고민 끝에 내놓은 구조적 답안이었습니다. 강제 매수, 강제 장기 보유, 그리고 전 국민이 주가 상승에 이해관계를 갖도록 만드는 설계. 1970년대 401K가 미국에서 연금 부자들을 만들어냈던 방식과 본질이 같습니다.
한국 투자자로서 이 제도에서 가져올 수 있는 핵심은 결국 하나입니다. 세금 혜택이 가장 큰 계좌(연금저축 → IRP → ISA)부터 순서대로 채우고, 국내 상장 지수 ETF를 자동 매수로 걸어놓은 뒤, 가능하면 오래 건드리지 않는 것. 얼마를 넣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두느냐가 복리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미국 정부가 18세 이전 매도를 막아 놓은 이유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