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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에 글을 하나 올렸을 뿐인데 특정 종목이 급등하는 장면, 저도 몇 번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놀랍게만 봤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거 "이해충돌" 아닌가요? 미국에는 이것에 완전히 딱 들어맞는 법은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충돌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당연히 불법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온 감각으로는 공직자가 자기 권력과 연결된 종목으로 수익을 챙기면 뭔가 단속하는 법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일반적으로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는 처벌 대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알아본 미국 법 구조는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내부자거래란 기업 내부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전형적인 불법 행위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 정의에 정확히 걸리지 않습니다. 대통령 계좌에서 보잉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중국 순방에서 보잉 제트기 200대 판매 계약을 공식 발표하고, 팔란티어 주식을 담은 직후 소셜 미디어에 해당 기업을 공개적으로 극찬하는 방식은 정보를 몰래 흘린 게 아니라 대놓고 공개해 버리는 구조입니다. 법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처벌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권력자가 정보를 숨기는 대신 스스로 호재를 만들고 전 세계에 생중계해버리면 기존 법망이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법 조항이 하나 등장합니다. 미국 이해충돌방지법인 18 U.S.C. 208 조항이 그것인데, 이 조항은 고위 공직자의 재산 매각 강제나 직무 배제를 규정하면서도 대통령과 부통령은 명시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장관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종목 주식을 다 팔아야 하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은 헌법상 직무를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합법적으로 면제가 된다는 겁니다. 2012년에 통과된 스톡 액트(STOCK Act)는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금지합니다. 이 법도 현 상황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1분기에만 3,600건이 넘는 거래가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탁 계좌는 백지신탁(Blind Trust), 즉 공직자가 제3의 수탁자에게 자산 운용 권한을 완전히 넘기는 제도를 통해 운용됩니다. 비공개 정보를 직접 넘긴 증거가 없다면 스톡 액트 위반으로 기소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1978년 제정된 정부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이 이 백지신탁 제도를 명문화했는데,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자본시장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출처: 미국 정부윤리청).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땅콩 농장을 측근에게 신탁하면서 생긴 스캔들이 이 법의 배경이 됐는데, 그 시절엔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며칠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정경유착과 알고리즘
제가 가상자산 투자를 하면서 가장 실감하는 부분이 바로 속도의 문제입니다. 지금 월스트리트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은 인간이 아니라 고빈도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 알고리즘이 처리합니다. HFT란 수천 분의 1초 단위로 시장 신호를 읽고 자동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실행하는 초단타 알고리즘 거래 방식을 말합니다.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 특정 기업 이름을 언급하면, 인간의 눈이 그 글자를 다 읽기도 전에 수백만 주의 매수 주문이 쏟아지는 세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전문가가 위탁 운용한 것"이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하루에 수십 건씩 체결되는 거래가 1분기에 3,600건을 넘는다면 이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자동 실행한 겁니다. 위탁의 의미 자체가 달라진 것이죠. 대통령의 공개 일정과 발언이 실시간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구조에서, 그 일정을 미리 알고 있는 신탁 계좌가 대형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면 이것을 1970년대 법 개념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구조가 낳는 시장의 왜곡도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는 정치인들의 거래 내역을 그대로 따라가는 ETF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란 특정 지수나 자산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 펀드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GRFT'라는 티커의 ETF는 투자설명서에 정치인들의 권력 기반 정보력을 추종하겠다고 아예 명시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넘어 체념하고 오히려 부패 구조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인 셈입니다. 저도 처음에 이 ETF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이 왜 위험한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본이 기술 혁신이 아닌 권력 근접성에 따라 배분되기 시작합니다
- 시장 참여자들이 정보가 아닌 정치적 신호에 의존하게 됩니다
-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 자유시장의 신뢰 기반이 서서히 무너집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시장 투명성과 공정 거래를 관할하는 기관이지만, 현행법의 구조적 예외 앞에서는 개입이 쉽지 않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그렇다고 대통령의 모든 자산 운용을 완전히 금지하면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 기피를 선택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딜레마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한 사업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월급을 전액 기부하는 모습이나, 자신과 가족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이용하는 방식은 냉정하게 보면 전략적으로 탁월합니다. 하지만 그게 개인의 역량인지, 아니면 최고 권력자의 위치가 만들어준 구조적 특권인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이 문제는 도덕이나 정치 성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78년에 설계된 법이 2026년의 초고속 AI 자본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구조의 문제입니다. 정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감시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 논의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발 담그고 있는 투자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