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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한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참여 은행 7곳에서 9곳으로 확대, 사용자 규모는 1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5배 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중국 CBDC 따라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구조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그림이었습니다.

3층구조로 보는 프로젝트 한강의 실체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한강을 "한국판 CBDC"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한국은행 1차 결과 보고서를 직접 찾아 읽어봤더니 설명이 다소 달랐습니다. 보고서에는 명확하게 "BIS가 제시한 통합 원장(Unified Ledger)을 한국에서 구현하는 실험"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통합 원장이란 하나의 블록체인 장부 위에 중앙은행 자금, 시중은행 예금, 국채를 올려놓고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동 정산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 각 은행이 따로 관리하던 장부들을 하나의 공유 레일 위에 올려놓는 작업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3층 건물로 떠올리는 게 제일 빠릅니다. 1층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즉 도매형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깔려 있습니다. 도매형 CBDC란 일반 국민이 직접 사용하는 돈이 아니라 시중은행들끼리 정산할 때만 쓰이는 기관 전용 디지털 현금입니다.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일반인 대상 CBDC는 3년 전부터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 박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층은 예금 토큰(Deposit Token)입니다. 예금 토큰이란 내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 형태로 변환한 것입니다. 은행 앱에서 일부 금액을 전자지갑으로 옮기면 그게 바로 예금 토큰이 됩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예금자 보호법 적용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1차 실험에서 7개 은행, 최대 10만 명이 참여했는데, 지갑당 평균 예치금이 2만 원에 불과했고 교환한 금액의 절반도 실제 결제에 쓰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결과를 보고 저도 "이 실험이 의미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차에서는 개인 간 송금 허용, 자동 충전 기능, 지문 인증 도입, 한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 편의점 체인 연동 등을 대폭 개선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 3사가 빠졌다는 것입니다. 모바일 뱅킹 실사용자가 가장 많은 플랫폼들이 빠진 채 실험을 확대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 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3층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위치합니다. 테더(USDT)가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소와 지갑을 오가듯, 발행사가 수취한 원화를 1:1 비율로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차이는 이 3층 코인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재 비덱스(BDEX)가 'KRW1'이라는 이름으로 아발란체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술 검증 중이지만, 법적 근거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공식적으로는 없는 상태입니다.
- 1층: 도매형 CBDC — 한국은행 발행, 기관(은행) 간 정산 전용, 일반인 직접 사용 불가
- 2층: 예금 토큰 — 시중은행 발행, 예금자 보호 적용, 일반 국민 사용 가능
- 3층: 원화 스테이블코인 — 민간 발행, 예금자 보호 미적용, 법안 미비로 현재 미출시
이 구조는 BIS가 설계하고 현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발표한 통합 원장 모델에서 나온 것입니다(출처: BIS 통합 원장 연구 보고서). 현 총재는 BIS 경제·통화경제 담당 국장을 역임하며 이 모델을 직접 주도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강 프로젝트가 단순한 파일럿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그림대로 밟아나가는 로드맵이라고 봅니다.
예금토큰, 원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행이 이 실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수치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거래소 기준으로 지난 1년 반 동안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스테이블코인이 해외로 순유출되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올해 6월 한 달에만 약 5,600억 원, 누적으로는 약 14조 원이 나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이 정도면 그냥 모른 척하기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돈이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왜 나가는지가 핵심입니다. 업비트 같은 국내 거래소에서는 마진 거래 같은 파생 상품을 살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원화를 테더(USDT)로 바꿔 해외 거래소로 들고나가는 겁니다. 제 생각에 이건 막는다고 막아지는 성격의 자금 흐름이 아닙니다. 수요가 있으면 어떻게든 길을 찾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문제의 해법이 "추적하고 차단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방향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재작년 여름 이후 한 번이라도 코인을 해외로 옮긴 약 127만 명을 대상으로 매월 국내 거래소 잔액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코인을 한 번이라도 해외 지갑으로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보고 의무를 지게 하는 건 과도하다고 봅니다. 주식 시장에서 레버리지와 미수 거래가 허용되는데, 가상화폐 시장에만 이런 장벽을 치는 건 일관성이 없습니다.
미국의 접근법은 반대입니다.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틀을 명확히 하고, 거래소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JP모건이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 정책을 내놓은 것도 결국 현실을 직시한 결과입니다. 처음엔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예금이 빠진다"며 강력 반대하던 미국 대형 은행들이 방향을 튼 것을 보면, 저는 한국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이자 허용 여부입니다. 미국이 지니어스법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의 문을 일부 열어놓은 반면, 한국 정부와 여당은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규정해 이자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이자가 붙으면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고, 은행 대출 재원이 마르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중국도 2019년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배포했지만 이자가 없어서 아무도 안 쓰다가, 올해 1월부터 이자를 붙이는 예금 구조로 전환한 사례를 보면 이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이자 없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매력도 경쟁 자체가 안 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이자 허용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홍콩은 이미 3층을 모두 갖췄습니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예금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발행하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고, 법적 라이선스도 먼저 발급했습니다. 한국이 법안조차 없는 상태에서 50만 명 실험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제도적 순서가 뒤바뀐 느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젝트 한강이 CBDC라면 정부가 내 거래를 다 들여다보는 건가요?
A.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직접 부인했습니다. 1층 CBDC는 은행 간 정산에만 쓰이는 도매형이고, 고객 개인정보는 각 시중은행이 개별 관리합니다. 일반적으로 CBDC라고 하면 중국처럼 개인 지갑까지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소매형을 떠올리는데, 한강 프로젝트는 그 구조와 다릅니다. 다만 이것이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서 계속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Q. 예금 토큰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뭐가 다른가요?
A. 핵심 차이는 예금자 보호 여부입니다. 예금 토큰은 은행이 발행하고 한국은행 인가 원장 안에서 운영되므로 예금자 보호법이 적용됩니다.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원화를 받아 1:1로 준비금을 쌓고 그 담보로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라 원장 외부에 존재하고, 예금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테더와 같은 구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Q. 지금 당장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나요?
A. 아직 없습니다. 비덱스가 KRW1을 아발란체 기반으로 발행해 기술 검증 중이지만, 법적 근거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 인젝티브 체인 상장 발표가 있었지만 기술 실험 단계라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Q.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하게 되나요?
A.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은행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이 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지난여름 국민·신한·우리 등 8개 은행이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핀테크 업계는 은행 중심 규제가 사실상 기존 은행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결론
한국은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은행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은행을 완전히 배제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만 직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 점에서 한국의 방향 자체는 글로벌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자 허용 여부와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시점입니다. 이자 없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경쟁이 안 됩니다. 하반기 이후 이 판이 어떻게 바뀌는지 계속 눈여겨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