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곧 써봐야지"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주변에서는 에이전트니 피지컬 AI니 하는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세계 3위를 했습니다. 그 위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정리해봤습니다.

AI 3위, 사실일까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좋은 말처럼 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AI 하면 미국과 중국, 한국은 한참 아래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스탠퍼드대학교가 매년 발표하는 AI 인덱스(AI Index)를 직접 찾아보니 얘기가 달랐습니다. AI 인덱스란 전 세계 국가의 AI 연구·기술·정책 역량을 종합 평가한 보고서로, 학계에서도 신뢰도 높은 지표로 통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였고, 인구 대비 AI 특허 수는 1위였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납득이 됩니다. 젠슨 황 NVIDIA CEO는 AI 생태계를 5단 케이크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부터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AI 모델, AI 서비스 순인데, 이 다섯 층을 모두 갖춘 나라가 사실상 손에 꼽힙니다. 고출력 변압기와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나라부터 걸러내면 절반이 사라지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까지 보면 거의 다 빠집니다. 여기에 자체 AI 모델과 네이버 같은 대규모 포털 서비스까지 갖춘 나라는 정말 몇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짧은 목록 안에 있습니다.
게다가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피지컬 AI란 로봇이나 제조 설비처럼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하는데, 이를 학습시키려면 실제 공장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미국에는 공장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있습니다. 그래서 샘 알트만도,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도 한국을 찾는 겁니다. 세계 3위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허브, 건물만 지어주면 끝이 아니다
더 놀라웠던 건 UN 기구들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유니세프, ILO(국제노동기구, 노동과 고용 문제를 다루는 유엔 산하 기구), 세계은행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관들이 스위스 제네바를 두고 한국에 글로벌 AI 허브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처음 여섯 개였던 참여 기관이 아홉 개로 늘었고, 더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지금까지 이런 역할은 제네바가 도맡았습니다. 그 자리를 서울이 넘보고 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제가 직접 써봤던 경험이 겹쳤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 영상 만드는 법, AI로 목소리를 입히는 법 같은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습니다. 툴을 쓸 줄만 알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더군요. 글로벌 허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물 예쁘게 지어주고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고 가만히 있으면 임대업자가 되는 겁니다.
진짜 리더십은 의제 설정(Agenda Setting, 어떤 문제를 논의 테이블 위에 올릴지 결정하는 권한)에서 나옵니다. 인턴 자리와 국장 자리를 확보하고, AI가 인류에게 이롭게 작동하도록 방향을 잡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K-POP, K-FOOD로 쌓인 소프트파워는 설득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 설득력을 AI 거버넌스 분야에서 발휘하는 것, 그게 이 허브가 진짜 가치 있어지는 조건이라고 봅니다.
AI는 혁신이 아니라 문명 전환이다
일반적으로 AI 도입을 "혁신" 또는 "개선"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1차 산업혁명 때 공장 기계만 바뀐 게 아니었습니다. 봉건주의와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민주정, 공화정이 들어섰습니다. 사회 전체 시스템이 뒤집혔습니다.
이번은 기계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하는 시도입니다. 그 파급력이 1차 산업혁명보다 작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들리는 말은 "AI 좀 도입해 봐"입니다. 제 귀엔 "백화점에서 예쁜 가방 하나 사 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립니다.
구체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문서 하나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 공무원 사회에서 미덕은 "얼마나 짧게, 얼마나 예쁘게" 만드느냐였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정반대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완결된 형태로 정보를 풍부하게 담아야 AI 학습 데이터로 쓸 수 있고, 요약은 AI가 버튼 하나로 만들어 줍니다. 일하는 방식의 본질이 바뀌는 겁니다. 이런 변화를 "개선"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부족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AI 인프라 구축 현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GPU 확보: 최신 GPU 26만 장 도입 계획 중, 정부 분 5만 장 포함. 구형 A100 기준으로 환산하면 50만~100만 장에 해당하는 연산력
AI 모델 경쟁력: GPU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서 국내 최고 AI 과학자들이 독자 모델 개발에 본격 나설 기반 마련
인프라 보유 현황: 고압 변압기 세계 1위 제조국, 독자 데이터센터 운영, 자체 포털 및 대규모 서비스 보유
국제 협력: APEC 경주 선언에서 미국·중국 정상이 함께 서명한 최초의 AI 공동선언 도출
글로벌 허브: UN 산하 9개 기관의 글로벌 AI 허브 한국 유치 합의
이 숫자들을 보고도 "남 얘기"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선진국이 된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의 몸집이 얼마나 커졌는지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AI 문명의 명문대생, 지금 뭘 공부해야 하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민간 전문가와 정부 부처가 함께 AI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기구)가 생긴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위원회가 공공 분야 AI 전환까지 담당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세계 최고의 AI 정부를 만들고, 시민에게 최고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부 조달을 혁신 산업으로 유도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게 실현되면 AI 벤처에는 가장 든든한 내수 시장이 생기는 겁니다.
개인으로 돌아와서, 저는 요즘 유튜브를 보며 영상 편집과 AI 목소리 합성을 조금씩 익히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서 눈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전문가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던 일을 AI 툴 두어 개 조합으로 한 시간 안에 처리하게 되는 경험, 그게 쌓이면 달라집니다.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이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로, 챗GPT나 클로드 같은 대화형 AI의 기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에이전트(Agent, 사람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작업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AI)로 진화하면서 활용 범위가 폭발적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단순 질문 응답에서 에이전트 활용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건, 그만큼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AI 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AI 교육 프로그램과 스탠퍼드 HAI의 AI 인덱스 보고서를 참고하면 현재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방향을 먼저 잡고 툴을 배우는 순서가 반대보다 훨씬 낫다는 게 제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항상 누군가 앞서 열어둔 문명으로 뒤늦게 진입해 왔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K-POP, K-FOOD에 이어 K-AI사 만들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