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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좋은 대학 = 좋은 미래"라는 공식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려대 총장 출신 교육학자가 수능 사회 문제를 절반밖에 못 맞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지금껏 믿어온 교육의 기준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학원비와 입시 전략에 쏟아붓는 에너지가 정말 옳은 방향인지, 저도 한번 진지하게 짚어보게 됐습니다.

20세기 사고방식
제가 처음에는 단순히 "요즘 애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식의 문제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따져보니 문제의 뿌리는 훨씬 깊은 곳에 있었습니다.
인류 문명사로 보면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사는 삶은 고작 100여 년의 역사밖에 안 됩니다. 농업 사회에서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직접 농사짓고 집을 지었고, 그게 노동의 본래 의미였습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며 인간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처럼 생산 라인의 부품이 됐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라고 여기는 취업-직장-은퇴의 공식은 사실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굉장히 예외적인 시기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 시스템은 이 20세기 산업화 패러다임에 딱 맞게 설계된 수동적 교육(passive education) 구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동적 교육이란 선생님이 정해준 정답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도록 훈련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18살에 치르는 수능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믿음이 그 정점입니다. 그러나 1950년대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53세였던 데 비해, 지금 여성 평균 수명은 87세를 넘겼습니다(출처: 통계청). 30년을 한 사이클로 계산하면 우리는 이미 세 사이클을 사는 시대로 진입했고, 2015년 타임지 표지는 그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을 142세로 예측했습니다.
120살을 산다고 가정하면, 18살에 결정된 대학 이름 하나가 남은 100년을 보증해줄 수 없다는 건 산술적으로도 명확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제 주변에서 여전히 "SKY 가면 다 해결된다"는 말을 매년 듣습니다. 30년 전 경험을 기준으로 자녀 교육을 설계하는 부모 세대의 인지 지연(cognitive lag), 쉽게 말해 세상은 바뀌었는데 머릿속 지도는 그대로인 상태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팔란티어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이 고졸 출신을 채용하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학력보다 역량을 본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입시 학원에 수백만 원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최선의 투자인지, 제 경우엔 솔직히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 1950년대 한국 평균 수명 53세 → 현재 여성 87세로 급증
- 인류 역사 1만 년 중 '회사 월급'의 역사는 약 100년에 불과
- 팔란티어·국내 대기업, 학력 대신 역량 중심 채용으로 전환 중
- 수능 점수 중심 수동적 교육은 AI가 정답 찾기를 대체하며 무력화
자기주도학습과 새로운 인재상
제가 이 주제에 진지하게 빠져든 건, 태재대학교의 수업 방식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교수가 100분 수업에서 30분 이상 강의하면 옐로카드를 받는다는 규칙이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논리를 들여다보니 전혀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즉 '거꾸로 학습'이 그 핵심 방법론입니다. 플립 러닝이란 교수가 강의 내용을 미리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게임·시뮬레이션 등 능동적 참여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교수 말 적게 하기"가 아니라, 지식 전달은 AI와 영상이 맡고 교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의 충돌'을 위한 공간으로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대학은 스탠퍼드가 개발한 플랫폼을 도입해 모든 수업을 녹화하고, 학생 발언 하나하나까지 텍스트로 전환해 분석합니다(출처: 태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란 단순히 "혼자 공부하기"가 아닙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향을 설계하고, 과정에서 틀렸을 때 스스로 수정하는 능력 전반을 뜻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AI는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속도는 인간을 압도하지만, 그 질문 자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직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과도 제 예상을 훌쩍 넘었습니다. 태재대 학생들이 CHI(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 즉 전 세계 5,000명의 연구자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HCI 국제 학술대회에서 84개 팀 중 최종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미시간대, UCLA, 런던대 대학원팀들을 제치고요. 그 학생들이 수능 점수로 선발된 게 아니라 심층 면접으로 뽑혔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꽤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은 제한돼 있고, 상상력은 무한하다"고 말했습니다. 상대성 이론이 계산식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빛과 함께 달린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지식을 주입받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이보다 잘 설명하는 사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르웨이의 난센 스쿨(Nansen School) 사례도 인상 깊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20%가 1년 동안 수능 준비 대신 연극, 철학, 자기 탐색에 시간을 씁니다. 이 학생들이 나중에 유럽 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더 높은 성취를 보이자, 노르웨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공부는 호기심이지 노동이 아니다'라는 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KY 대학 졸업장이 정말 10년 후에도 유효하지 않을까요?
A. 팔란티어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이미 고졸 출신을 채용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도 학력보다 역량 중심으로 채용 기준을 바꾸는 추세입니다. 졸업장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졸업장이 30년치 직업을 보증해주는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합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Q. 자기주도학습을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A.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정답을 찾는 훈련"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경험이 핵심입니다. 학원비를 줄이고 그 시간에 낯선 환경에서 부딪히는 경험, 예를 들어 해외 여행이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쌓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큰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Q. AI가 일자리를 다 가져가면 어떻게 먹고 살죠?
A.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1995년 이미 노동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AI가 사무직·관리직 업무를 대체하면 주 3일 근무도 충분할 수 있고, 보편적 기본소득(UBI) 논의도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어떤 일자리를 지킬까"보다 "어떤 삶을 설계할까"로 질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Q. 태재대학교는 수능을 안 본다는데 정말인가요?
A. 맞습니다. 태재대학교는 수능 점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서류 심사와 AI 기반 심층 면접으로만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 방식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세계 최대 HCI 학술대회에서 우승하는 실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역량 중심 선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번에 얻은 깨달음은 "교육이 문제"라는 말이 추상적 비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인쇄술 하나가 종교개혁, 과학혁명, 시민혁명, 미국 독립으로 이어진 것처럼, AI라는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깊게 교육과 노동과 정치의 구조를 바꿔놓을 것입니다. 그 변화의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내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하는 게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비를 쏟아붓기 전에 아이가 진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는 것, 저는 그게 지금 시대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교육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