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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위성으로 실시간 음성 통화를 성공시킨 기업이 세탁기·냉장고로 유명한 LG전자라는 사실,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건 단순한 기술 시연 하나가 아니라 20년짜리 집념이 터진 순간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넘지 못한 벽을 LG가 먼저 깨버린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LG 위성통신, 세계최초
2025년 5월, 프랑스 파리. LG전자는 5GAA(5G Automotive Association) 제34차 총회 현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실제 시내 도로에 올렸습니다. 여기서 5GAA란 글로벌 완성차·통신·반도체 기업 110개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협의체로, 미래 차량 통신 표준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업계에서 이 정도 무게감이면 참관자들의 눈높이도 상당하죠.
시연 구역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한쪽은 지상망이 정상 작동하는 구역, 다른 한쪽은 지상 신호를 인위적으로 완전히 차단한 구역이었습니다. 실제 오지나 산간 터널 상황을 재현한 겁니다. 지상망이 완전히 끊긴 구역에서 탑승자는 버튼 하나를 눌렀고, 사람 목소리가 수백 km 상공의 인공위성을 거쳐 반대편에 또렷하게 전달됐습니다. 텍스트가 아니라 실제 음성으로, 그것도 차가 달리는 와중에 끊김 없이.
이게 왜 역사적이냐면, 기존 위성통신은 짧은 긴급 문자를 간신히 보내는 정도가 기술적 한계였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일부 모델에 탑재된 위성 긴급문자 기능도 결국 텍스트 전송까지만 가능합니다. 음성 데이터는 문자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저궤도 위성의 좁은 통신 대역폭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오랜 상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도 "설마 진짜로?"라고 두 번은 확인했습니다. 그만큼 선뜻 믿기 어려운 결과였거든요.
전장기술 20년, 비밀병기
일반적으로 LG전자 하면 가전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전장 사업 쪽 흐름을 좀 더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LG는 2003년부터 미래 자동차의 전자 장비, 즉 전장(Vehicle Electronics) 분야에 조용히 발을 들였고 2013년에는 독립 사업본부까지 신설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10년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누적되는 구조였고, 주주와 증권가에서는 "저 사업부 언제 접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저라면 그 자리에서 버텼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LG 수뇌부는 손절하지 않았습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시대가 오면 차량 내 통신 기술이 모든 경쟁력의 중심축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집념은 2022년에 드디어 흑자 전환으로 보답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LG전자 전장 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은 10조 원 고지를 넘보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이번 위성통신 기술의 핵심 돌파구도 바로 이 내공에서 나왔습니다. 경쟁사들이 위성 자체를 더 크고 고성능으로 교체하는 데 몰두할 때, LG는 방향을 달리했습니다. 음성 데이터를 AI 기술로 초압축해서 기존 좁은 통신 대역폭으로도 통과시키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이삿짐 꾸릴 때 두꺼운 이불을 진공 압축팩에 넣어 부피를 확 줄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AI 보코더(Vocoder) 기술 덕분에 전송 속도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향상됐습니다. 여기서 보코더란 음성 신호를 분석·압축해 최소한의 데이터로 재현하는 음성 코덱 기술을 말합니다.
- 전장 사업 진출: 2003년 시작, 2013년 독립 사업본부 신설
- 10년 이상 적자 지속 → 2022년 흑자 전환 성공
- 현재 연매출 10조 원 수준, 그룹 핵심 사업으로 성장
- AI 보코더 기술로 음성 압축, 전송 속도 10배 향상
텔레매틱스 세계 1위
스타링크가 이 분야에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건 좀 맥락을 단순화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저궤도 소형위성 수천 개를 깔아 지구 전역에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는 인프라 사업이고, 현재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이건 스마트폰이 별도 장비 없이 위성에 직접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스케일이 다릅니다.
하지만 LG가 이번에 해낸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 내부에서, 주변 통신 환경이 매 순간 바뀌는 상황에서, 지상망과 위성망 사이를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전환(NTN 핸드오버)하며 음성 통화 품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NTN(Non-Terrestrial Network)이란 지상이 아닌 위성·고고도 항공기 등을 이용한 비지상 통신망을 의미하며, 6G 표준의 핵심 구성요소로 꼽힙니다.
제 생각에 기술의 완성도는 "되는 것"과 "달리면서도 끊김 없이 되는 것"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스타링크가 고속도로를 닦는 사업이라면, LG는 그 위를 안전하게 달리는 차량용 엔진과 내비게이션을 동시에 만든 겁니다. 텔레매틱스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24%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포지션이 이번 성과와 맞닿아 있는 이유입니다(출처: LG전자 공식 사이트). 도로 위를 달리는 커넥티드카 네 대 중 한 대에는 LG의 통신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6G 패권 경쟁, 한국이 꽂은 깃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위성통신 기술 주도권 하면 미국과 중국, 유럽 정도가 먼저 떠오르고 한국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를 선점할 거라는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거든요. 국내외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위성통신 기술력이 선두 그룹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고 지적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성과의 맥락을 6G 관점에서 읽으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는 6G 시대의 핵심 목표로 지상·공중·해양을 아우르는 완전 무음영 커버리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ITU 공식 사이트). 이걸 달성하려면 지상 기지국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NTN, 즉 위성 네트워크가 통신 표준 안에 통합되어야 합니다. 다가오는 6G 표준 설계 단계에서 '차량 내 위성 음성통화'를 실증한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은, 그 표준을 누가 주도하느냐와 직결됩니다.
다만 제 생각에 지금 당장 "한국이 6G 패권을 잡았다"고 단언하는 건 이릅니다. 이번 성과는 프로토타입 시연 단계이고, 실제 차량 탑재 옵션으로 양산되려면 상용화 테스트와 국제 규격 인증 등 여러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스타링크와 중국 위성 진영의 추격 속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까다로운 기술적 장벽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넘었다는 사실 자체는, 삼성·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쌓아온 것과 비슷한 의미의 선점 효과를 모빌리티 통신 분야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G전자 위성통신 기술, 지금 내 차에도 쓸 수 있나요?
A. 아직은 아닙니다. 2025년 5월 파리 시연은 프로토타입 단계의 기술 검증이었고, 실제 양산차에 탑재되려면 상용화 테스트, 글로벌 전파 인증, 완성차 업체와의 협의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빠르면 수년 내에 프리미엄 차량의 선택 옵션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스타링크 Direct-to-Cell이랑 LG 기술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스타링크 Direct-to-Cell은 스마트폰이 별도 장비 없이 위성과 직접 통신하는 인프라 서비스입니다. 반면 LG가 이번에 실증한 기술은 고속 주행 차량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지상망·위성망을 자동 전환(NTN 핸드오버)하며 끊김 없는 음성 통화 품질을 유지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가깝습니다. 목표하는 시장과 기술 층위가 다릅니다.
Q. LG전자 텔레매틱스 세계 1위라는데 점유율이 얼마나 되나요?
A.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약 24%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커넥티드카 네 대 중 한 대꼴로 LG의 통신 모듈이 탑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2003년부터 시작된 전장 사업 투자가 20년 만에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Q. LG 전장 사업, 언제부터 흑자로 돌아선 건가요?
A. 2022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독립 사업본부를 신설한 2013년 이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왔던 사업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이후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져 현재는 연매출 10조 원 수준의 그룹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결론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만든 방식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적자를 내면서도 전장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경쟁사들이 하드웨어 덩치 키우기에 집중할 때 AI 압축이라는 소프트웨어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 이 두 가지 판단이 없었다면 파리의 그 시연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닙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있고, 글로벌 경쟁도 치열합니다. 하지만 6G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이번 성과의 의미는 더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5GAA 표준 논의 동향과 LG전자 전장 사업본부 실적 추이를 함께 지켜보시면 흐름이 잘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