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었을 때 이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월급을 받자마자 전액을 코인으로 바꾼다는 얘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투기가 아니라 생존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페소화를 그냥 들고 있으면 자산이 녹아내리는 구조라,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보통예금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메시의 나라, 탱고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던 제 인식이 완전히 바뀐 계기였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된 사정일반적으로 코인을 쓴다고 하면 투자나 투기 목적을 먼저 떠올리는데, 아르헨티나는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제가 이 나라의 페소 환율 추이를 찾아봤을 때 숫자가 너무 커서 처음엔 단위 착오인 줄 알았습니다. 2018년에 달러당 20페소이던 환율이 2026년 현재 1,400페소를 넘어섰습니다. 6년 사이에 70배 이상 폭락한 ..
주변에 "나이지리아 하면 뭐가 떠올라?" 하고 물어봤더니 "월드컵 때 가끔 보는 나라?" 하고 끝이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파고들수록 이 나라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인구 2억 3천만 명에 아프리카 GDP 1위권을 다투면서, 동시에 국민 절반이 빈곤층인 나라. 그리고 지금은 테더(USDT)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어쩌면 화폐의 미래를 가장 먼저 실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슈퍼이글스에서 아프리카 거인으로나이지리아를 처음 제대로 찾아보게 된 계기는 순전히 축구였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는 사실, 그것도 비유럽·비남미 국가 최초라는 기록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슈퍼이글스(Super Eag..
저는 버뮤다나 케이맨 제도가 그냥 "부자들이 세금 회피하는 섬나라" 정도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조세피난처들의 역사를 살펴보니, 이게 단순한 절세 이야기가 아니라 달러 패권과 영국의 금융 전략, 그리고 테더·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 업체들의 본사 위치까지 한 줄로 연결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12세기 십자군 원정에서 시작해 2026년 가상자산 시장까지 이어지는 이 흐름에 놀랐습니다. 신탁제도의 기원과 조세피난처의 구조버뮤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 케이맨 제도, 세인트키츠. 이 지명들을 나열해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영국령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처음 인식했을 때,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이 지역들이 조세피난처로 기능할 수 ..